1. 외출할 때는 두루마기를 입는 것이 예의다
특히 남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두루마기를 입어야 한다. 두루마기는 삼국시대부터 의례용으로 착용하던 포가 조선말기 외출용 정장으로 완성된 것으로 마고자 차림으로 외출하는 것은 속옷을 입고 나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남자는 실내에서나 절할 때도 입는 것이 원칙이다.
여자는 외출할 때 숄을 두르기도 하지만 두루마기를 입는 것이 훨씬 품위있다. 하지만 여자 두루마기는 남자들과는 달리 방한용이기 때문에 실내에서는 벗어도 괜찮다. 두루마기를 입을 때는 보통 명주로 된 목도리를 하는데 실내에서는 목도리를 푼다.
2. 저고리의 동정니를 맞추어 입는다
한복하면 누구나 저고리의 동정을 떠올리게 된다. 그만큼 동정은 한복을 상징하는 중요한 디자인이다. 그런데 만일 동정니가 어긋나면 품위가 없다. 동정니가 어긋난다는 것은 한복이 자신의 체격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체격에 맞는 옷을 입거나 동정니 안쪽에 똑딱단추를 달아 고정시켜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3. 저고리는 약간 앞으로 숙여 입는다
서양 옷에 익숙한 사람들이 한복을 입을 때 뒤로 넘어간 듯이 입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저고리는 입었을 때 깃고대와 어깨솔기가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앞으로 약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게 입어야 한다. 이때 속적삼과 치마의 허리선이 저고리 밑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4. 치마는 겉자락이 왼쪽으로 오도록 입는다
치마는 입었을 때 뒤의 겉자락이 왼쪽 손으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치마끈은 뒤쪽에서 엇갈려 앞으로 오게 한 뒤, 가운데서 묶어주면 저고리가 들뜨기 쉬우므로 약간 왼쪽으로 치우쳐 매듭을 잡아주도록 한다.
5. 대님가리기
한복 바지의 대님이 드러나 보이면 품위가 없다. 바지를 너무 추켜 입지 말고, 골반에 걸쳐 엉거추춤한 상태로 내려 입어 대님을 가리도록 한다.
6. 속옷을 갖춰서 입는다
한복의 맵시는 속옷을 제대로 갖춰 입었을 때 살아난다. 저고리 안에 입는 속적삼(속저고리)은 옷의 맵시를 살려주는 한편, 땀의 흡수도 돕는다. 치마는 예전엔 다리속곳, 속속곳, 단속곳 등등 예닐곱 가지의 속옷을 입었지만 요즘은 속바지와 속치마만 입는다.
7. 버선을 신어야 진정한 한복의 태가 난다
긴치마 밑으로 살짝 보이는 하얀 버선코의 아름다움은 한복만이 가지는 멋이다. 좀 번거롭더라도 버선을 신는 것이 품격이 있어 보인다.
8. 한복 입을 때 신는 신발
한복을 입을 때는 조선시대 양반들이 신던 가죽신 즉 ‘태사혜’를 개량한 갓신을 신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없을 때는 구두도 무난하다. 요즘은 갓신에 서양구두처럼 뒷굽을 붙혀 신기 편하게 만든 것들이 시판되고 있다. 하지만 운동화는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남자의 경우 고무신을 신는 것은 무리가 있다. 양말은 흰색이나 연한색이 좋다. 구두의 경우 너무 번쩍거리면 좋지 않다.
9. 장신구와 속옷
한복 입을 때는 목선이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야 정갈한 느낌을 줄 수 있으므로 목걸이는 삼가는 것이 좋다. 또 안에 입은 옷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목걸이 외의 장신구는 착용해도 괜찮다.
10. 화장은 은은하게, 머리는 단정하게
여성들이 한복을 입을 때의 화장은 얼굴색을 약간 밝게 하면서 전체적으로 은은한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 좋다. 눈썹은 둥글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입술은 연분홍색이어야 우아하게 보인다. 머리는 가르마를 타고, 곱게 빗어 넘긴 쪽머리가 한복의 고운선 및 정적인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린다.
11. 때와 장소에 따라 제대로 갖춰 입는다.
한복의 전통적인 배색은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예의와 남녀의 구별, 귀하고 천함을 표시한다. 처녀들은 주로 다홍치마에 노랑저고리를 입었고, 신부는 다홍치마에 연두저고리, 결혼을 하여 아들을 둔 부인은 자주색 고름과 남색끝동을 달아 남편과 아들이 있음을 나타냈다. 하지만 요즘은 그에 억매이지 않고 다양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12. 계절에 어울리는 소재
한복은 소재를 다양하게 써서 4계절 옷감을 달리해서 지어 입었다. 봄, 가을에는 국사, 갑사, 은조사, 항라 등으로 가을에는 자미사, 명주, 숙고사, 국사가 어울린다. 여름에는 모시, 삼베의 시원하고 절박한 멋을 즐겼으며 생명주로 짠, 노방, 항라 등으로 상큼한 아름다움도 드러냈다. 겨울에는 양단, 공단 등의 화려하고 우아한 옷감을 사용하였으며, 겉옷으로 손으로 짠 비단 등의 두루마기나 솜을 두어 곱게 누빈 누비옷을 입어 추위를 막았다. 이런 다양한 아름다움을 ‘사철깨끼’라는 편법으로 품격을 떨어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 여러 민족들은 각기 자기들의 고유한 옷들을 살려내고 있다. 일본도 입기가 지극히 불편한 ‘기모노’에 대한 사랑이 극진하다. 서양 사람들에게 ‘기모노’를 설명할 때 일본인들은 곧잘 '감춤의 미학', '걸어다니는 미술관'이라며 자화자찬한다. 질 좋은 비단으로 만든 ‘기모노’는 매우 비싸며 수천만 원에 이르기 까지 한다.
‘기모노’를 입을 때는 통상 양말과 신발을 신지 않고, 나무로 만든 굽이 높은 ‘나막신(게타)’이나 목면 또는 가죽으로 만든 굽이 낮은 ‘샌들(조리)’을 신는다. 그리고 ‘샌들’ 끈에 맞도록 엄지발가락과 둘째발가락 사이가 갈라진 ‘면버선(다비)’를 신는다. ‘기모노’의 진짜 특징은 허리에 칭칭 감는 ‘오비’에 있다. 일본 학자들은 오비야말로 세계 의복사에 유래가 없는 독창의 표징이라 자랑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한복은 자화자찬이 아니라 세계인이 극찬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하지만 그런 훌륭한 옷도 일본의 기모노처럼 애정을 가지고 아름답고 품위있게 입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마음먹고 한복을 장만해 입었으면 남에게 품위있고,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올 한가위는 큰 물난리와 암울한 경기로 인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럴 때 무채색의 어두운 옷을 입는다면 더욱 쓸쓸한 모양새가 될 것이다. 새 옷을 장만하지 못해도 좋다. 장롱 속에 묵혀 두었던 한복이라도 우리 모두 제대로 갖춰 입고, 윷놀이 한판을 즐긴다면 희망찬 미래가 열릴 수 있지 않을까?
명절에도 한복을 입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제 한민족 고유의 한복을 영영 잊어버릴 지도 모른다. 나아가 민족이란 의미도 뿌리도 지워질지도 모른다. 부모들이야 어렸을 때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며, 설레던 기억이 있지만 우리의 아이들에겐 이제 민족과 뿌리와 명절이 아무런 가치도 없게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곰곰이 그 의미를 생각하고, 품격있는 한복과 함께 우리의 자태를 한껏 뽐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