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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창호지이기를 거부한 한지|우리 문화재

by 따그니(화려한백수) 2011. 1. 25.

 

창호지이기를 거부한 한지|우리 문화재

한지의 X세대,창작 한지

 

 

무형문화재 다시 보기(7) - 창호지이기를 거부한 한지

곽교신 (iiidaum)
한지는 그저 창호지가 아니다

▲ 실험을 위해 복원된 세계 최초의 조선 온실. 한지에 들기름을 먹여 채광창으로 썼다.
ⓒ2005 시설원예시험장
한국의 원예학자 전희 박사가 2002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제26회 국제원예학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은 대회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 때까지 학계에서 최초의 인공난방 온실로 인정하던 독일의 온실보다 170년이나 빠르고, 자연보온 온실의 개발국인 영국보다는 무려 240년이나 빠른 1450년 경에 조선에서 온실을 만들었다는 발표였다.

조선의 '산가요록(山家要錄)'에 적힌 그대로 온실을 짓고 책에 쓰인 방법대로 난방을 하고 실험한 결과, 550년 전에도 한겨울에 채소 농사를 지었다는 기록이 사실임을 확인되었다는 보고는 학계 상식으론 놀라운 일이었다.

온실의 주요 기능인 채광창의 재료로 들기름을 먹인 한지를 쓴 것은 판유리가 없던 시절에 기발한 발상이었다. 또 그건 한지였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한지에 기름을 먹이면 종이는 얇아지고 마치 얇은 비닐처럼 낭창거리면서 투명도가 높아져 채광성이 우수해진다. 또 한지의 자연 통기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우린 한지를 창호지와 동일 개념으로 인식하고 부르고 있으나, 이미 오래 전에 우리 조상들은 한지를 창호지에만 이용하지 않았다. 그 생생한 예가 바로 세계 최초의 온실을 지으며 채광창에 한지를 응용한 사실이다.


한지의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한 노력들

▲ 떡살로 제작한 입체문양 한지. 한지 공예나 인테리어 소재로 응용되는 이러한 창작 한지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특허권을 신청 중. 충북 괴산 S한지 작품.
ⓒ2005 곽교신


우수한 종이로서의 한지를 새삼스럽게 논할 필요는 없다. 전래 한지의 제조 기법과 우수한 지질의 전통은 재료 구입 단계부터 소중히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원료인 닥나무(국산)의 고갈, 한지 수요의 현실적 한계, 제조업체의 영세성 등 한지를 둘러싼 여건은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최근 한지의 우수성에 주목한 수요 증대가 있기는하나, 이마저 저질의 수입한지가 전통 한지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며 시장 가격도 교란시키고 있다.

질기고도 부드러운 한지를 채광성이 우수하도록 변형을 가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세계 최초의 온실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처럼, 변형 한지를 온실에 응용한 선조들의 이런 노력은 참 다행스럽게도 오늘날까지 이어져 있다.

어려운 여건에도 한지장들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한지의 발전과 새로운 용도 창출을 위해 애쓰고 있다. 그 종이들은 한지 벽지, 특수 화선지등의 기초적인 변신 외에도, 각기 입체문양지, 물방울한지, 투명문양지 등의 고유 이름을 달고 전통의 바탕 위에 화려한 변신을 하고 있다.


화려한 창작 한지의 세계

현대 창작 한지는 단순히 종이에 개념을 떠난 것이 많다. 하나하나 장인의 혼이 들어간 그 작품들은, 2차 가공이 없이 그냥 액자처럼 벽에 걸어놓아도 좋은 품격있는 예술품들이다.


▲ 우연히 발생한 작업상의 실수에 착안, 1년여 시행 착오 끝에 2002년에 개발된 '물방울 문양지'. 지난 1월 20일에 특허 인증 확정. 벌써 유사품이 나돌고 있으나 아직 본격 시판에 들어가진 않았다. 괴산 S 한지 작품.
ⓒ2005 곽교신



▲ 능화판(고서 겉표지 인쇄용 목판)을 이용한 입체 문양지. 한지 공예재료로 쓴다.
ⓒ2005 곽교신



▲ 와당문 입체 문양지.
ⓒ2005 곽교신
▲ 흡음 한지. 미적 기능이 뛰어난 방음재.
ⓒ2005 곽교신


























▲ 한옥 창살문을 그대로 응용한 특수 문양지. 발을 엮는 실부분에 펄프가 덜 얹히는 원리를 이용하여 개발.
ⓒ2005 곽교신



▲ "장인의 웃음"이란 이름의 문양지. 종이를 뜬 후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아예 종이를 들 때 문양이 생긴다. 이 부분 특허권을 가진 가평 J 한지 작품.
ⓒ2005 곽교신



전통과 현재의 조화와 경쟁

▲ 기능성 한지로 만든 옷. 오른쪽은 물방울지, 왼쪽은 반건조 상태에서 때 구긴 후 완전 건조시킨 주름지. 파티복으로 실제 사용했던 옷. 의상 디자인 윤계섭.
ⓒ2005 곽교신

한지를 취재하면서 내내 고민한 것은 '전통 한지란 과연 무엇인가'였다.

어떤 제조법과 어떤 종이를 전통으로 불러야 하는가는, 분야만 다를 뿐 다른 무형문화재를 취재하면서도 늘 따라다니던 어려운 화두였다. 과연 전통이란 무엇인가.

제조자, 소비자, 우리 전통 문화유산을 향수하는 국민들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옛 것을 무조건 고수하는 것은 답습이지 전통의 유지가 아니며, 옛 것의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는 전통의 사이비 창작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한지 천년의 미래를 위해

문화재 보호의 최일선에서 분투하는 문화재청이 작년 가을이래 분명히 변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피부로 느낀다.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방치되다시피했던 지금까지의 한지 관련 정책도 바뀔 것을 기대하며, 책상 위 이론이 아닌 현장 이론을 바탕으로한 중요무형문화재 한지장의 지정도 냉정하고 차분하게 결정되기를 강력히 바란다.

끝으로, 분야를 막론하고 중요무형문화재의 새로운 지정이나 이미 지정된 보유자의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냄새나는 일들은 깊이 우려가 되는 일이다. 순수한 마음의 장인들은 지정 과정을 아예 진흙탕 싸움으로 외면하며 참여조차 꺼리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이러한 이전투구는 문화재를 아끼고 전통의 미를 사랑하는 국민들을 배반하는 공적이며 사적인 중대한 직무유기이다. 문화재 지정은 관청의 지정권 휘두름이 되어서도 안되지만 기능보유자들의 텃세판이 되어서도 안된다.

진통은 모든 새로운 탄생의 통과의례이다. 한지계의 현재의 진통이 "최고(最古)의 종이를 가진 나라에서 최고(最高)의 종이가 나오려는 위대한 진통일 것"을 확신하며 기대한다. 신라의 천년이 담긴 한지가 우리 앞에 나타났듯이, 지금의 우리 모습을 담은 한지는 또 천년 뒤 후손에게 우리의 모습을 전하리라.

 

도연 공예사랑에서 퍼옴 /우리얼
 
출처 : 배움의장 쉼터 카페
글쓴이 : 조약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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