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도 ‘S라인 옷’ 유행
‘드세다’고 할 정도로 활동적인 조선 여성의 모습은 이미 18세기 풍속화에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태호 명지대 박물관장(회화사 전공)이 김홍도·신윤복·윤두서·조영석·김득신 등이 그린 18~19세기 초반 풍속화 60여점을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이 관장은 “18세기 이후 그림에는 어머니나 아내 이미지보다는 놀이 등에 몰두하는 여인의 모습이 자주 담긴다”며 “조선 후기 그림에서 보이는 여성상의 변화는 현대 한국 여성들의 활동적·적극적 모습으로 이어진 ‘문화적 DNA’”라고 밝혔다. ◆거리로 나선 여성들 성리학의 틀 속에 여성들이 갇혀 있을 것이란 짐작과 달리 이 시대 풍속화에는 각종 사회행사 때 여성이 급증했음을 증언한다. 1719~1720년에 그린 ‘기사계첩’은 궁중 기록화에 일반 구경꾼이 처음 등장하는 그림으로 회갑을 맞은 숙종과 70세 이상 고위 관직자들의 모임을 묘사했다. 광화문 근처에 모인 그림 속 구경꾼 88명 중 15명(17%)이 여성이다. 70여년 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 능(陵)에 가는 모습을 그린 ‘화성능행도’에는 한강을 건널 때 등장하는 358명 중 여성이 137명(38.2%)이다. ‘기사계첩’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패션은 기녀 몫 기녀들이 주도한 유행을 사대부 여인들이 좇았다. 또 신체에 착 달라붙는 짧은 저고리 등 ‘S라인’이 강조되는 옷이 유행했음을 숱한 풍속화들이 증언한다. 실학자 이익과 이덕무 등이 “창기들이 남성에게 아양 부릴 때 입는 옷이 유행한다”며 한탄했을 정도다. 옷 색깔도 화려해졌고, 고급스런 느낌을 주는 ‘블루톤’이 유행했다. 19세기 초반 신윤복 풍속화첩(30점)에는 여성 70명이 등장한다. 이 중 전통 염색에서 가장 얻기 어렵다는 남색 쪽물(=푸른색)을 들인 옷을 입은 이는 52명(74%)이었다. ◆고급화한 주막 김홍도(1780년대)와 신윤복의 풍속도(1810년대)에서 주막의 변신이 뚜렷하다. 김홍도의 주막은 초가집이었다. 푸근한 주모는 아무 장식이 없는 민저고리를 입었다. 30년 뒤 신윤복의 주막은 대청에 부뚜막을 마련하고 사대부 기와집을 개조한 듯하다. ‘주모’는 없다. 도회풍 얼굴에 남색 쪽물 치마를 입은 세련된 ‘마담’이 손님을 맞는다. ◆독서·노동보다 놀이 사대부가(家) 여인을 상징하는 삼회장저고리(깃과 소맷부리, 겨드랑이, 고름을 다른 색깔로 만든 옷)를 입은 그림 속 여인 중 책을 읽거나 일하는 경우는 윤두서·윤덕희 부자가 그린 2점뿐이다. 대부분 이성과 어울리거나, 춘화 모델로 등장한다. 작가 미상의 한 춘화에는 심지어 스님과 성관계를 맺는 사대부 여인도 묘사돼 있다. ( [블로그 바로가기 hjshin.chosun.com]) |
출처 : 배움의장 쉼터 카페
글쓴이 : 조약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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