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영우 위암센터장
국내 사망 원인 1위로 꼽히는 암은 우리나라 사람 3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흔한 병이다. 1년 동안 발생하는 신규 암 환자만 해도 13만 여명에 이를 정도다. 암 진단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커다란 충격과 스트레스를 준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암으로 진단받으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긴다. 커다란 충격과 스트레스를 가져다주는 암의 예방과 조기 치료를 위해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국립암센터의 암 전문가들을 통해 매주 한 가지 암을 선택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2011년을 앞두고 새롭게 건강 계획을 수립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이번 연재가 독자들의 건강 지킴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 주-
[쿠키 건강칼럼] 암은 이제 감기처럼 흔한 병이다. 3~4명 중 한 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암에 걸리는 사람은 그보다 더 많다. 위암은 한국에서 대표적인 암이다. 평생 남자 7명 중 한 명이 위암에 걸린다. 놀라운 숫자다. 전세계에서 가장 발병률이 높다. 주변에 위암 걸린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1. 위암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나는 위암에 안 걸릴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위암을 잘 고칠 수 있는가? 위암에 걸린 사람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약간의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
우선 위암이란 무엇인가? 정의를 내려 보면 병리학적으로는 위에 있는 일부 세포가 정상 상태를 벗어나 제멋대로 분열하고 증식하는 것을 말한다. 위암의 약 95% 정도를 차지하는 위선암(胃腺癌)은 위점막에서 소화액을 분비하는 샘[腺]에서 발생한 것이고, 림프 조직에서 발생하는 림프종, 위의 신경 및 근육조직에서 발생하는 간질성 종양, 육종(肉腫) 등이 모두 위암에 포함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위선암이 가장 예후도 나쁘다.
◇2. 어떻게 하면 위암에 안 걸릴 수 있는가?
위암은 특정 원인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음식이나 약물, 또는 의학적 치료를 통해 예방할 수 없다. 대신 위암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인자들을 차단하거나 회피하면 발생 가능성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는 있다. 위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대표적인 것은 짠 음식, 탄 음식, 질산염 화합물, 흡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 만성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 위 절제술을 받은 병력, 그리고 유전적 요인 등이다.
(1)짠 음식의 경우 소금이 위점막을 손상시켜 위 속에서의 발암작용을 돕는 보조적 역할을 해 위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짜게 먹는 사람의 위암 발생 위험도는 싱겁게 먹는 사람의 4배나 된다고 한다. 반면 매운 음식과 위암 발생 간의 상관관계는 객관적으로 제시된 바가 없다. 다만 매운 음식은 대부분 짜기도 하다는 데 유의하고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좋다. 적절히 간이 돼 식탁에 올라온 국이나 탕에 소금을 넣지 말자. 불에 구운 고기를 소금에 찍어 먹는 것도 좋지 않다. 맛도 좋고 건강에 좋은 새로운 소스를 개발하면 어떨까? 짠 음식을 먹을 때 전혀 염분이 없는 샐러드 등을 많이 곁들여 먹으면 염분의 나쁜 역할을 완화시킬 것이다. 한국 음식은 매우 우수하지만 식생활에서 바람직하게 고칠 부분은 분명히 있다.
(2)질산염 화합물은 위암과 직접 연관되는 화학물질로, 질산염이 음식물을 통해 섭취되면 체내에서 질산나이트로소(N-nitroso)라는 화합물을 만들어 발암작용을 한다. 이러한 질산염은 염장식품, 가공된 육류, 방부제 등에 많이 함유돼 있고, 대표적 발암물질인 담배에도 함유돼 있다.
(3)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 점막에 서식하는 나선형 세균으로, 아동기 감염이 많고, 주로 가족을 통해 전염된다. 이 균은 위 점막에 살면서 만성 위염과 소화성 궤양을 일으키는데, 이러한 만성 염증이 결국 위암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위암의 위험도가 3배 정도로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한다고 해서 위암이 의미 있게 줄었다는 증거는 부족하며, 여기에 항생제 내성 문제와 경제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위암 예방을 위해 헬리코박터균 감염자에게 일률적으로 제균(除菌) 치료를 하는 것은 추천할 일이 못된다. 또한 헬리코박터가 인류와 함께 인류 초기부터 공존해 온 점을 생각하면 무조건 없애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헬리코박터 균 가운데, 특정 유전자 형태를 가진 균주만이 발암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면서 선택적인 치료나 예방 백신도 가능할 것이다.
(4)만성 위염의 가장 흔한 형태 중 하나인 위축성 위염은 만성 염증 때문에 위점막이 얇아지면서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위샘이 파괴된 상태를 말한다. 장상피화생이란 위점막 세포가 염증 때문에 대장이나 소장의 상피세포와 비슷하게 변한 것을 이르며, 두 병변 모두 암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병변이 있을 경우 치료를 할 필요는 없으나, 정상인에 비해 위암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기적인 위 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5)과거에 위를 절제하고 남은 위와 소장을 연결한 수술을 받은 경우, 소장의 소화액이 위에 역류되면서 만성 염증을 일으켜 위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 위 절제수술 병력이 있으면 20년 이상 경과했을 때 위암 발생률이 정상인에 비해 3~5배정도 높아진다.
(6)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위암은 전체 위암의 5% 미만으로 추정되며, 일반적으로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는 경우 위암에 걸릴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3배쯤 되지만, 식생활이나 환경이 비슷한 것이 더 큰 요인으로 보인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위암은 유발요인을 회피할 뿐 특정 방법으로 예방할 수 없기 때문에 예방보다는 조기 발견에 역점을 두는 편이 합리적이다. 위암에 걸렸더라도 일찍 알게 되면 완치 가능성이 높다. 이를 '2차적 예방'이라고 하는데, 가장 현실적인 예방법이라 하겠다.
특히 가족 중 위암 환자가 있는 사람, 이른바 가족력(家族歷)이 있는 사람은 위암 발생 위험도가 3배가량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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