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 약(藥)이 있다.
《본초강목(本草剛目)》이라는 중국의 본초학(本草學) 서적의 오곡편(五穀篇)에는 사람이 평상시에 먹는 곡물이 대략 30여 종이 된다고 기재하고 있다. 보리, 밀, 메밀, 대두(大豆), 녹두, 수수, 옥수수 등 모든 곡식은 서로 다른 각각의 약용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평소 우리들이 식용하는 양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고구마, 감자 등의 구근류(球根類), 콩류 및 이러한 원료로 가공해 만든 식초, 두부, 술 등도 포함된다.
인간의 의식주(衣食住) 생활이 부단히 향상됨에 따라 사람들은 생활의 질을 높이려 하며, 특히 건강장수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 즉, 자연적이고, 간편하며, 믿을 만하고 안전한 보건방식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때에 곡물과 잡곡이 가지고 있는 보건기능이 사람들의 중시를 받기 시작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음식과 약은 별개가 아니다.
한방에서는 ‘의식동원(醫食同源: 약과 식품은 사람의 건강을 유지하는 필수불가결한 것으로서, 그 근원은 같다는 중국 고대의 사고방식)’이라는 말을 한다. 흔히들 음식과 약은 전혀 별개의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평상시에 섭취하는 음식이 바로 약이라는 사실을 잘 알아서 이를 유용하게 활용한다면 아주 자연스럽고 부작용 없는 약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주방이 바로 약방이란 말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리라.
곡류를 먹으면 이것이 좋다
보리는 성질이 온화(溫和)하며 몸의 기(氣)를 보하고 소화가능을 조화롭게 한다, 또한 허약한 증상을 보(補)해주며 양기(陽氣)를 보태준다. 따라서 소갈(消渴), 즉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일정한 효력을 가진다.
밀은 간(肝)의 기운을 북돋우며, 식은땀을 그치게 하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밀가루는 장(腸)과 위(胃)를 튼튼하게 하여 몸에 생긴 멍울을 없애주고 부기를 가라앉히며 밀기울은 어혈(瘀血:죽은 피, 탁한 피)을 없애준다.
메밀은 기력(氣力)을 증강시키며 정신을 맑게 유지시킨다. 메밀 껍질은 간에 생긴 이상적(異常的)인 열을 흩어주어 눈을 밝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옥수수는 소화기능을 조절하고 위장을 편하게 한다. 수수는 위(胃)와 장(腸)을 수렴(收斂)하는 작용이 있어서 음식이 체하여 토하고 설사를 하는 급성 위장병 등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준다.
보리나 기장류의 곡물은 대부분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소화기능을 조절하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소화기의 기운이 약한 경우, 장(腸)과 위(胃)의 허약, 대소변 불통(不通)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이런 곡물을 가루 내어 만든 분식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콩류 역시 오장(五臟)을 이롭게 하는 효능이 있다. 어떤 콩류는 신장(腎臟)에 특수한 작용을 한다. 예를 들면 대두(大豆: 黃豆)는 소화기능을 이롭게 하고 기를 보태준다. 또한 대장(大장)을 이롭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이를 상식(常食)하면 정신을 맑게 하고 골수(骨髓)를 보태주며,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 미용효과도 가져온다.
검은깨는 종기를 가라앉히고 부종을 없애준다. 또한 오장(五臟)에 생긴 멍울을 흩어주고, 오래 상식(常食)하면 흰머리를 검게 만드는 효과가 뛰어나다. 적소두(赤小豆: 팥)는 부종을 빼주고 농혈(膿血: 고름이 섞인 피)을 잘 배출시키며, 이질이나 설사를 그치게 하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
녹두는 성질이 차가우며, 종기를 가라앉히고 위로 뻗어 오르는 열기(熱氣)를 아래로 내려준다. 또한 해열과 해독작용에 뛰어난 효과를 나타내며 원기(元氣)를 북돋워주는 효능도 있다. 이것으로 베개를 만들어 베면 눈을 밝게 하며 두통에도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메밀껍질로 만든 베개도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면서 맑게 한다. 특히 여름철에 이것으로 만든 베개를 베고 자면 열기를 식혀주어 한결 편안한 잠을 자게 해준다.
“머리는 차게 해서 병이 나는 법이 없고 배는 따뜻하게 해서 병이 생기는 법이 없다.”
이 말만 잘 지켜도 우리는 반의사가 될 수 있다. 사실 이 말은 건강에 관한 금언(金言) 치고는 금과옥조(金科玉條)라 아니 할 수 없다.
녹두가루도 열을 내려주고 기운을 북돋워주는 작용과 함께 술독이나 여러 가지 독을 풀어주는 해독작용(解毒作用)을 한다.
곡류 식품에 이러한 효능이?
이러한 곡류로 만든 식품 역시 이에 상응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으며 두부, 된장, 식초, 술 등이 그것이다.
두부는 소화기능을 활발하게 하며 기(氣)를 보태준다. 그리고 비위(脾胃)를 조화시키며 열을 내려주어 몸을 시원하게 한다. 된장은 열을 내려주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없애준다. 또한 종기를 없애고 통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손가락을 다쳐 통증이 있을 때 된장과 꿀을 따뜻하게 만든 다음 여기에 손을 담그고 있으면 통증이 멎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식초는 종기를 삭여주며 부기를 가라앉히고,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을 죽일 뿐 아니라 가슴이 답답한 증상과 죽은 피를 삭여주는 작용도 한다.
오곡와 거친 곡물을 섭취하라
이런 이치를 이해하고 나면 평소에 마땅히 오곡(五穀)을 다양하게 섭취하며, 이런 거친 곡물을 잘게 씹어먹는 것이 얼마나 건강에 유익한 것인가를 알게 된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이전의 부드러운 쌀과 흰 밀가루만 좋아하던 것과는 달리 거친 곡물을 찾고 있다는 것은 이를 각성한 결과 나타난 일종의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중국의 요즘 식당에서는 와두(窩頭:옥수수 가루, 수수가루 등 잡곡가루를 원추형으로 빚어서 찐 음식), 옥수수로 만든 죽 등의 가격이 이미 만두나 빵, 쌀밥보다 비싸지고 있다.
어느 보도에 의하면 나이 100백세의 한 노인은 비록 연로하지만 가정생활을 손수 꾸려갈 뿐 아니라 아직도 밭에 나가 노동을 한다고 한다. 그 노인은 일찍 기상하고 항상 일을 손에서 놓지 않으며 생각을 적게 하고 잡곡을 먹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어려서부터 오곡(五穀)과 잡곡을 먹어 왔는데, 쌀과 보리는 껍질째 빻아서 먹게 되면 맛이 좋다고 하였다. 또한 야산(野山)의 야생채소와 견과(堅果: 밤, 호도, 은행 등 껍질이 딱딱한 열매) 등도 많이 먹는다고 하였다. 노인은 치아도 모두 튼튼하여서 하나도 빠진 것이 없었다.
사실, 장수하는 사람치고 거의 모두 잡곡과 거친 음식을 먹어오지 않은 사람이 없다. 주방에 있는 곡물들을 섣불리 지나쳐 보지 말고 다시 한번 이 양식들이 가진 약성(藥性)을 잘 이해하여 주방을 약방으로 만드는 지혜를 가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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