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커피가 필요한 순간
아직 이런 말 하기에 내가 적합한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특정한 순간에는, '그것'이 아니면 안 되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대학 졸업식장의 꽃다발, 어린 시절 주사를 맞은 뒤의 돈까스 같은 것들, 그 중에서도 범용적으로 나의 동반자가 되어 주었던 것은 다름아닌 커피였고, 나는 지금부터 그 커피가 나의 인생에서 특별하게 느껴졌던 순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정리하자면 이건, 커피와 나의 일종의 데이트 코스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AM 7:15
요란한 알람소리에 텅 빈 집안이 울린다. 고요하고 서늘한 새벽공기를 입가에서 느끼며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아무도 없는 집, 이곳에서 홀로 눈뜬 나는 밤새 나라는 존재마저 텅 비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침대에서 일어난다. 습관적으로 커피메이커에 여과지를 깔고, 커피를 넣고, 스위치를 올린다. 익숙한 손놀림은 그간 내가 마신 커피의 수를 증명하는 훈장처럼 느껴진다. 커피봉투에서 흘러나온 강한 커피향은 커피메이커의 여과지를 거쳐 추출되어 은은하게 온 집안을 채워나간다. 코끝을 스치는 커피향이 내 몸 속으로 들어온다. 혈관을 타고 온 몸을 휘젓는다. 나는 이제서야 잠에서 깬 듯한, 내가 채워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겨울, 뜨거운 것이 좋아!
사람에 따라 틀리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겨울은 그 어떤 계절보다도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계절이다. 추워서 외출하기 싫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춥기 때문에 몸을 녹일만한 것도 많은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맞아 다양하게 열리는 이벤트들도 즐길 거리지만, 내가 생각하는 겨울의 가장 큰 즐길 거리는 다름 아닌 먹거리가 아닌가 싶다. 차가워진 몸 속을 내부에서부터 뜨겁게 녹여주는 겨울 먹거리! 이를 마다할 수 있는 사람이 감히 어디 있을까? 그 중에서도 커피는 뜨거워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겨울에 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잔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올겨울에는 누군가에게 나의 품 속에 간직한 뜨거운 커피 한 캔을 건넬 수 있을까? 이런 작은 기대를 품고 눈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며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짧은 휴식의 동반자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많은 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 나의 컴퓨터가 결국 파란색 깃발을 들고 파업을 선언했다. "하아-" 컴퓨터와 같은 양의 작업을 처리하던 내 머릿속은 깊은 한숨과 함께 돌아가던 톱니바퀴를 잠시 멈춘다. 시계는 어느새 9시를 넘겼고 키보드만 두드리던 내 몸은 뻐근함에 비명을 지른다. 가볍게 기지개를 펴고 진하게 우려낸 커피를 한잔 준비한다. 내몸의 상태가 심하게 좋지 않는 만큼, 지금은 평소 즐기지 않던 심하게 진한 블랙 커피로 해야 할 것 같다. 우러난 블랙 커피의 향을 느끼며 잔을 입에 댄다. 무언가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온다. 액체라기보다는 향에 가까운 무언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커피가 아니다. 영혼의 달콤한 휴식으로 인도해줄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그 매개체로 커피 이상의 것을 알지 못한다.
함께 마실 수 있다는 것
로베르토 베니니, 스티브 부세미, 빌 머레이 등 쟁쟁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허름한 커피숍에서 만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생각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그럼에도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지상의 밤>, <천국보다 낯선>등으로 영화계에 거대한 울림을 만든 짐 자무시 감독은 2003년 영화 <커피와 담배 Coffee and Cigarettes, 2003>를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체로써의 커피에 대해 연구한다. 굳이 <커피와 담배>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커피의 의미를 우리는 수없이 보고 경험하며 지내왔다. 오랜만에 만난 친한 친구와 커피 한잔을 기울일 때, 이 커피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씁쓸하고 감미로운 음료가 아니라 대화와 대화 사이의 어색함을 없애고 다음 대화로 이어지도록 도와주는 도우미가 된다. <커피와 담배>속 11개의 단편 중 테일러 미드가 샴페인을 권하는 빌 라이스에게 커피가 더 좋다고 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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