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건강과 피부 바로미터, 자궁
현대 여성의 외모는 놀라울 정도로 젊어졌다.
적어도 겉으로만 보면 지금의 30대는 예전의 20대나 다름없는 젊음을 자랑하고, 40~50대 여성 중에도 20~30대
못지않은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속은 어떨까? 불행히도 겉모습이 눈에 띄게 젊어진 것과 달리 속은 오히려 예전보다 늙은 경우가 많다.
특히 자궁은 더욱 그렇다.
여성에게 자궁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장기다. 한의학에서는 자궁을 여자포(女子胞), 포궁(胞宮), 혈실(血室) 등으로
부르며 기항(奇恒)의 부(府) 가운데 하나로 중요하게 여겨 왔다. ‘기항의 부’에서 기항은 일반적이지 않다,
곧 특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기항의 부란 생리적인 기능에서 오장과 구별되고, 육부와도 다른 특별한 기관으로
뇌(腦), 수(髓), 골(骨), 맥(脈), 담(膽), 여자포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 모두 인체의 깊고 은밀한 곳에 있으며
노폐물을 비롯해 인체에 해로운 찌꺼기인 탁물을 저장하지 않는다.
자궁을 의미하는 여자포의 포(胞)는 우주 만물을 만드는 상징으로, 밭이 씨앗을 품듯 태아를 품어 안는 곳이다.
생명을 잉태하는 성지와도 같은 기관이니만큼 세심하게 자궁의 건강을 살펴야 한다.
자궁에 충분한 영양이 공급될 수 있도록 기혈이 잘 순환해야 하고, 어혈이 없는 깨끗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
너무 습해도 안 되고, 너무 건조해도 안 된다.
이처럼 자궁은 여성에게 제2의 심장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장기이지만 정작 자신의 자궁에 세심한 관심과
애정을 쏟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06년 방영했던 MBC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 여주인공은 자신의 자궁에
커다란 자궁근종이 생긴 다음에야 비로소 자기 몸속 깊숙한 곳에 자궁이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한탄스러운 독백을 늘어놓는다. 이는 비단 드라마 여주인공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대 여성 대부분이 자궁이 절박하게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기 전까지는 자궁이 있는 것조차 잊고 지낸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날씬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적당한 다이어트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무조건 굶거나 최소한의 음식만을 먹으며 무리하게 살을 빼는 것은 좋지 않다.
지나친 다이어트는 자궁에는 ‘독’이나 마찬가지다.
다이어트로 인해 자궁이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허약해지기 때문이다.
자궁이 약해지면 수축력이 떨어져 어혈을 비롯한 노폐물이 깔끔하게 배출되지 못하고 자궁에 남아 있어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또한 여성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피부가 거칠어지고 뾰루지가 잘 난다.
다이어트도 문제지만 비만도 자궁을 위협하는 무서운 요인이다. 우리 몸에는 혈액, 관절낭액, 림프액, 조직액,
침과 같은 액체가 있다. 이를 체액, 한의학에서는 진액(津液)이라 부른다.
체액은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영양소나 산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운반하고 없애는 역할을 한다.
또한 체온 조절을 돕고, 조직과 장기가 움직일 때 윤활 작용을 해 마찰을 최소화시킨다.
그런데 살이 쪄 체지방이 쌓이면 이런 진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각종 노폐물과 섞여 걸쭉하고 탁한 액체로 변하는데,
이를 습담(濕痰)이라 한다. 습담은 몸속 어디에든 쌓일 수 있으며 자궁도 예외는 아니다. 자궁 주위에 습담이 쌓이면
자궁이 습하고 축축해지며, 여성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생리불순이나 불임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원인 불명의 불임 판정을 받았던 여성이 비만을 치료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담이 제거되고 자궁이 건강해져
뜻밖의 임신을 하는 사례를 많이 본다.
과로나 스트레스도 자궁을 약하게 만든다. 몸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을 때 생리를 건너뛰거나
아직 할 때가 아닌데 일찍 생리를 시작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 중 과로와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요즘에는 여성들의 사회참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많아졌다.
그만큼 자궁은 더 위험하고 위태로워진 셈이다.
이처럼 자궁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만큼 자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이어트를 하고 피부에 공을 들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지 보면 자궁 건강을 챙기는 일이다.
자궁이 건강하면 별도로 다이어트를 하거나 피부 관리를 하지 않아도 탄력 있는 피부와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물씬 풍기는 몸매를 만들 수 있다. 건강한 자궁이 여성 호르몬을 충분히 만들고 분비할 수 있다.
피부 고민 119
상황. 자궁 건강을 얕보지 말라!
필자는 간혹 “예뻐지려거든 거울보다는 자궁을 더 들여다보라.” 하고 충고한다.
자궁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중요한 장부일 뿐 아니라 여성 건강의 척도이며, 미(美)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자궁과 미(美)가 관련이 있다면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21세 대학생 J씨가 그중 하나다.
J씨가 상담실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필자는 여드름 보다는 자궁부터 치료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입과 턱 주변에 가득한 여드름과 흉터가 자궁 문제를 모니터링 해주었기 때문이다.
얼굴은 오장육부와 연결된 경락이 모여 있는 곳으로 특히 입과 턱 주변은 자궁과 관련이 있다.
하여 자궁에 문제가 있으면 입과 턱 주위에 피부 트러블이 잘 발생하는데, J씨 역시 그랬다.
고교시절부터 끊임없이 올라온 여드름은 물론이고, 푸석푸석한 머리카락과 살짝만 부딪혀도 금세 시퍼렇게
멍드는 피부, 특히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생리통까지 모든 원인은 자궁 내 어혈에 있었다.
어혈(瘀血)이라는 것은 혈액순환 장애로 생기는 끈적끈적한 노폐물로 자궁 내 어혈이 많으면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등
각종 여성질환이 생길 뿐 아니라 스치기만 해도 멍이 들고, 여드름이나 기미 등이 나타나며,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해진다.
해결. 여성 건강의 중심에 자궁이 있다!
따라서 J씨의 경우 여드름의 농을 제거하고 소독하는 등의 아우터 케어와 함께 자궁 내 어혈을 제거하고
혈행을 개선하는 이너 케어를 병행토록 했다. 몇 가지 요가 자세를 실천하여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으로 틀어진
골반뼈를 바로 잡도록 했으며, 밀가루 음식이나 커피, 기름기가 많은 육류 등 복부를 차게 하는 식품을 멀리하고
부추, 마늘, 생강, 계피 등 성질이 따뜻한 식품 위주로 식사를 하게 했다.
특히 아래가 차면 혈행이 저하되어 어혈이 잘 생기기 때문에 자궁의 냉기를 없애기 위해 좌욕과 복부 마사지를
하루씩 번갈아 가며 시행토록 했으며, 즐겨 입는 거들이나 스키니 진도 가급적 삼가도록 권했다.
또 추운 날에 치마를 입을 경우에는 다리가 좀 굵어 보이더라도 스타킹보다는 두께가 있는 레깅스와 워머를 착용토록 했다.
이렇게 자궁개선 이너케어와 직접적인 여드름 케어를 함께 실시한 결과 J씨의 입과 턱 주변이 말끔해지고 멍으로
가득했던 피부도 깨끗해졌다. 특히 생리통이 사라져 이젠 그날이 다가와도 걱정이 없다고.
집안의 상하수도가 막히면 곤란을 겪듯이 여성의 출입문이라 할 수 있는 자궁에 이상이 생기면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같은 여성질환을 물론 임신이 어려워지며, 여드름과 기미와 같은 피부 트러블이 발생한다.
또 자궁의 어혈은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날씬하고 예뻐지려면 자신의 자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