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효과'(zero price effect)의 위력과 소비자 선택
어떤 활동에 쓰는 시간은 다른 것에서 빼온 시간이다. 시식용 아이스크림을 받기 위해 45분 동안 줄을 서거나, 얼마 되지 않는 돈을 환불받기 위해 1시간 30분 동안 장황한 서식을 작성한다면, 그 시간은 버리는 시간이다.
내가 즐겨 드는 일화로 박물관 무료 관람일에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대부분의 박물관 입장료가 그리 비싸지 않음에도 입장료 무료인 날이면 유독 예술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은 열망이 강렬해진다. 물론 이런 욕망을 나 혼자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런 날이면 박물관은 미어터진다. 줄은 길고 뭐 하나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박물관과 카페테리아에서 짜증스럽게 사람들을 헤치고 다니며 무료 관람일에 박물관을 찾는 것은 실수임을 뼈저리게 느끼지만, 나는 또 간다. (1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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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지음, 장석훈 옮김 '상식 밖의 경제학 - 이제 상식에 기초한 경제학은 버려라!' 중에서 (청림출판) |
'무료'의 힘은 강력합니다. '공짜효과'(zero price effect)입니다.
알라딘이나 예스24같은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할 때. 한 권만 더 사면 배송비가 무료가 되는 경우, 많은 사람들이 '무료배송'에 혹해서 꼭 필요하지도 않은 책을 더 주문하곤 합니다. 저도 그런 적이 몇번 있었지요.
이런 심리는 한국이나 외국이나 똑같나봅니다. 아마존이 예전에 일정 액수 이상의 책을 주문한 경우 무료배송을 해주고 결과를 분석해보았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한 권을 더 주문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지요.
그런데 유독 프랑스만 판매가 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유는 프랑스 소비자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합리적이어서가 아니라, 아마존 프랑스에서만 일정 액수 이상을 주문하면 무료배송이 아닌 1프랑(약 20센트)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존 프랑스가 무료배송으로 정책을 바꾸자 판매가 크게 늘었습니다. 무료와 20센트의 차이가 그렇게 컸던 것이지요.
저자가 사례로 든 박물관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박물관이든 고궁이든 미술관이든, 무료로 개방하는 날에는 사람들이 몰립니다. 우리도 그렇지요. 그런 날에는 제대로 감상이나 산책을 하기가 힘듭니다. 사실 합리적으로 따져본다면 그리 비싸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 평소에 여유있게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하지만 '공짜'의 힘이 사람들을 여전히 끌어들입니다.
무료시식을 하기 위해 긴 줄을 서기도 하고, 2개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준다는 말에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2개 구입하기도 합니다. 모두 합리적인 선택은 아닙니다. 자녀들 때문에 미니밴을 사러 갔다가 3년간 오일교환을 '무료'로 해준다는 제안에 스포티한 아우디를 구매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저자의 케이스도 미소를 짓게합니다.
'공짜효과'(zero price effect)가 이처럼 강력한 것은 이것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손해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해주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갖고 있는 이 두려움을 '무료'라는 존재가 해소시켜주는 것이지요.
기업이라면 이런 공짜효과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겠지요. "OO를 하면 OO를 공짜로 줍니다"라는 마케팅 기법의 힘을 활용해 소비자의 마음을 흔드는 겁니다.
물론 우리가 소비자 입장에 선다면, 강력한 공짜효과의 위력을 명확히 인식하고, 불필요한 구매를 하거나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 노력해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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