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질환, VDT
아침저녁으로 TV를 가까이서 시청하는 엄마,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며 일하는 아빠, 통학길에서 스마트폰으로 최신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는 형,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공부하는 동생까지. 이 사람들의 모습이 자신의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VDT(Visual Display Terminal)증후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VDT증후군은 장시간 컴퓨터 등을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안구 건조와 충혈, 경미한 두통, 어깨 결림, 손목 통증 등의 증상과 징후를 통칭한다. 통계에 의하면 하루 다섯 시간 이상 컴퓨터 작업을 하는 사람의 30%가 눈의 불편함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런 경우 VDT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6개월 이상 VDT증후군이 지속될 경우 시력감퇴, 소화불량, 생리불순 등의 심한 만성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즉 근골격계, 호흡기계, 시각계 증상을 동반하는 복합적 증후군인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안구건조증과 관련된 증상이 가장 흔해 CVS(Computer Vision Syndrome)라 불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장시간 컴퓨터 화면을 주시해야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컴퓨터 외에도 스마트폰과 같이 작은 크기의 미디어 기기를 사용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 건강을 위한 각별한 주의 필요해
눈의 각막을 덮고 있는 눈물층은 눈을 깜박이지 않고 눈을 뜬 상태에서는 10초가 지나면 파괴된다. 우리가 평소 눈꺼풀을 자연스럽게 깜박이는 이유도 눈 표면에 눈물이 고루 퍼져 안정된 눈물층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 모니터나 텔레비전, 또는 특정한 부분에 오랫동안 눈을 집중하게 되면 정상적인 눈 깜박임 횟수가 줄어들어 눈물 증발이 많아지게 된다. 때문에 눈 표면이 건조해지면서 자연스레 눈물층이 파괴된다. 이것이 반복되면 각막이 자극되어 눈이 뻑뻑하거나 시리고 심하면 눈에 통증까지 생기게 된다. 이것이 바로 VDT증후군의 전형적인 안구 건조 증상이다.
VDT증후군의 한 양상인 안구건조증의 원인을 두고 가톨릭대학교 의대 안과 김만수 교수는 눈 깜박임 횟수가 줄어드는 것 외에도 온도와 습도의 차이가 안구건조증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전자파가 안구건조증의 원인이라는 말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열로 인해 눈이 빨리 건조해질 수는 있죠. 예를 들어 건식 사우나에서도 눈물이 빨리 마르기 때문에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 있고 열이 아니더라도 온풍기, 에어컨, 선풍기 등과 같이 바람에 의해서도 눈이 건조해질 수 있어요.”
때문에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VDT증후군 증상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세대라도 눈이 열이나 바람에 노출될 때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이, 30∼40대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년 여성들은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지 않더라도 눈의 문제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경우가 상당수다.
우리 눈은 먼 거리를 바라볼 때 편안함을 느낀다. 기본적으로 눈의 수정체는 자동카메라의 오토포커스와 같은 기능을 한다. 즉 탄력 있는 고무공과 같아서 두께를 자유롭게 조절해 거리에 따른 초점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때 모양체근이라는 근육이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해 초점을 맞추는데 먼 곳을 볼 때는 얇게, 가까운 곳을 볼 때는 두껍게 수정체를 조절한다. 그런데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한 가지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게 되면 모양체근이 오랜 시간 긴장하기 때문에 눈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모니터 화면 등을 가까이서 보더라도 글씨가 크다면 모양체근 활동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글씨 크기가 작은 경우에는 모양체근이 긴장하게 되고 이것이 장시간 이어진다면 눈에 무리가 생겨 피로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눈 근육의 긴장이 장시간 계속되면 VDT증후군뿐 아니라 근시까지도 초래할 수 있어 적절한 휴식이 요구된다.
화면이 비교적 밝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 배경 조명이 어둡거나 단말기보다 밝지 않을 때가 많다. 이때 동공이 확장된 상태에서 화면에서 나오는 불빛을 주시해야 하므로 눈부심이 생기기 쉬어 눈에 무리가 가기도 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텔레비전은 눈 건강을 비롯해 신체에 다양한 이상을 불러오지만 업무처리나 여가활동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더불어 VDT증후군에는 완전한 치료법이 없으므로 생활 속에서 습관을 개선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tip
VDT 증후군 예방수칙
1 컴퓨터는 한 시간 사용 후 10∼15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이때는 가능하면 먼 산이나 높은 건물의 옥상 등을 바라보고 눈을 감고 안구운동을 하거나 눈이 편안하게 느끼는 초록색을 보는 것이 좋다
2 모니터 화면은 눈에서 40∼60cm 이상 거리를 두고 눈높이의 15도 아래 위치에 놓는 것이 좋다. 밝기는 최대값의 70% 정도로 조정하는 등 모니터 해상도를 높이지 않는 것도 눈의 피로를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어두운 바탕에 밝은 글씨보다는 밝은 화면에 어두운 글씨가 있는 것이 눈에 덜 부담된다.
3 실내 조명을 너무 어둡지 않게 한다. 불을 끄고 컴퓨터를 사용하면 눈의 피로를 쉽게 느끼고 근시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 방 안 전체 조명과 함께 책상의 부분조명을 동시에 설치한다. 전체 조명은 100∼200lux, 부분조명은 가정의 평균 조도인 300∼500lux 정도가 적당하다.
4 실내 공기의 습도를 60% 정도로 유지해 눈이 건조되는 것을 막는다. 실내가 건조할 때는 가습기나 젖은 빨래, 실내식물 등을 활용해 습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그래도 건조증상을 느낀다면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5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눈물 생성을 돕는 치료제를 활용한다. 하지만 인공눈물을 하루에도 3∼4회 이상 점안해야 할 만큼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통해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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