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주에 5회 이상 규칙적으로
속도보다 '지속시간'이 중요
전후 5~10분 스트레칭 필수
관절염 환자는 등산 피해야
걷기운동 '비법'
하루 한시간 남짓의 운동이 곧 보약이다. 많은 이들이 "건강을 위해 운동 좀 해야겠는데…" 마음을 먹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운동은 여유를 갖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은 뭐가 있을까? 바로 '걷기'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고, 특별한 소질이나 기술, 시공간의 제약 없이 할 수 있다. 가볍고 발이 편한 신발을 신고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속도로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 제대로 된 방법으로 걸어라 걷기는 산소 섭취량을 증대시켜 심폐기능을 강화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고혈압 등 성인병을 예방해주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과체중인 사람이나 노인, 심장병 환자를 위한 재활운동 프로그램으로 걷기 운동이 많이 활용되는 이유다. 무리 없이 하체의 힘을 기를 수 있고, 관절 및 두뇌 건강에도 도움이 되므로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나 노약자, 심장병 환자, 고도비만 환자한테 적합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걷는 것도 잘 걸어야 운동이 된다고 말한다. 단순히 '걷기'보다는 군대의 행진과 유사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빨리 오래 걸어야 좋으며, 걷는 속도보다는 지속시간이 더 중요하다. 대략 45분 이상, 거리는 3㎞ 안팎을 일주일에 3~4회 정도, 꾸준히 규칙적으로 걸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폐경기·갱년기 여성에게 걷기는 골밀도가 급격히 저하되는 것을 막고 근육량을 유지시켜줄 뿐 아니라 체중 감량 효과도 뛰어나다. 이창우 선한목자병원 원장은 "스트레칭→ 5분 천천히 걷기→ 빠르게 걷기→ 5분 천천히 걷기→ 스트레칭 순서로 하되, 하루 15~20분 걷기부터 시작해 익숙해지면 5~10분씩 늘려가고, 운동 횟수도 점차 주 5일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평소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계단 오르내리기를 적극 활용하면 좋다.
■ 준비운동 필수 평소 잘 걷지 않는 이들이라면 관절이 경직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걷기 운동 전후 5~10분 스트레칭으로 근육과 관절의 긴장과 심리적 불안감을 풀어줘야 하는 이유다. 특히 운동 뒤 스트레칭은 근육통을 방지하고 급작스러운 운동 중단으로 발생하는 저혈압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긴장된 몸을 이완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박윤길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칭은 허리, 무릎, 다리, 발목, 목, 어깨, 팔, 손 등의 차례로 한 동작을 15~30초 정도 유지하는 방법이 좋다"며 "걷는 동안 부담이 갔을 허리는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폴더 접듯이 상반신을 천천히 숙여 스트레칭을 하고, 관절과 다리는 편한 곳에 앉아 좌우로 10~20회 반복해서 스트레칭 등으로 풀어주라"고 조언했다. 스트레칭하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다면 5~10분 동안 제자리에서 뛰거나 가볍게 달리는 방법을 택한다. 걷기 운동 뒤 특정부위가 갑자기 아플 수 있는데, 이는 대개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움직이면서 생긴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증상이 사라지는데, 지속적으로 통증이나 불편감이 있다면 전문의한테 상담을 받도록 한다.
■ 등산·달리기도 걷기와 유사한 효과 달리기 역시 전신운동으로 신체의 균형을 잡아주며, 심장 근육을 강화하고 폐활량을 늘리는 효과가 큰 운동이다. 젊고 체력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나, 빠른 시간 안에 체중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라면 걷기보다는 파워 워킹이나 달리기가 무방하다. 반면 무릎 관절, 아킬레스건, 척추가 약한 사람은 걷기가 더 권장된다. 주로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자세를 교정하는 데는 달리기가 효과적이다. 달리기 할 때 역시 상체를 곧게 세우고 턱은 약간 당긴 상태에서 양손을 가볍게 앞뒤로 흔들며, 반드시 발뒤꿈치부터 땅에 닿도록 한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걷는 등산은 전신운동일 뿐 아니라 자연을 즐기는 과정에서 정신건강도 높여주는 운동이다. 꾸준히 하면 종아리·허리 근육과 인대를 단련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관절이 약하거나 관절염이 있는 환자에게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특히 등산은 자만한 상태에서 무리하거나 자칫 방심하면 발목과 무릎 관절 손상 위험이 커지는 운동이다. 근육과 다리의 긴장과 힘이 풀리기 쉬운 내리막길에서는 발을 헛디디기 쉽고, 무릎이 꺾여 십자인대가 파열되거나 허리를 삐끗할 확률이 높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김창우 정동병원 대표원장은 "등산용 스틱을 이용하면 발에 집중되는 하중을 분산시켜 체력 소모를 줄이고 몸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며 "무릎 보호대를 이용해 무릎 관절을 보호해 줄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 한겨레 > 자료사진
도움말: 박윤길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김창우 정동병원 대표원장, 이창우 선한목자병원 원장
시선은 5~10m 전방, 발은 11자 형태로
바르게 걷는 자세
정상적인 걸음걸이는 신발 굽의 닳은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뒤쪽 바깥 면과 앞쪽 앞면이 골고루 닳고, 장거리를 걸어도 발바닥 통증이 심하지 않다면 체중이 올바로 분산된 상태로 제대로 걷는다는 의미다.
1. 척추와 가슴은 바로 세우되, 앞발 쪽에 체중이 실리면서 몸이 약간 앞으로 기울어져야 한다. 시선은 전방 5~10m를 응시한다.
2. 팔을 흔드는 거리도 앞뒤가 같고 각도는 앞뒤로 각각 15도에서 20도, 무릎은 약간 앞으로 부드럽게 굽힌다.
3. 발의 각도는 11자 형태를 유지하되 5도에서 10도 정도로 바깥쪽으로 벌어지게 걷는다. 다리 사이의 간격은 엉덩이 너비만큼 벌리며, 보폭은 평소보다 약간 넓게 한다.
4. 발을 땅에 디딜 때는 발뒤꿈치의 중앙으로 디딘다. 지면에 발이 닿는 순서는 발뒤꿈치-발 바깥부분-새끼발가락-엄지발가락 차례로 하는 것이 좋다.
나쁘게 걷는 자세
신발 굽이 뒤쪽 바깥 면만 유독 닳는 등 골고루 닳지 않는다면 잘못된 자세로 걷고 있을 확률이 높다. 신발을 질질 끌고 걷거나, 뒤뚱뒤뚱 걷거나, 하이힐을 신어 체중이 앞으로 쏠리는 걸음걸이는 발목과 무릎 관절, 대퇴관절의 퇴행성 변화, 골반 이상, 척추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1. 가슴 부위를 앞으로 내밀거나 들어올리고 걷거나 상체를 뒤로 젖히고 걷는 자세. 이는 몸무게를 뒤꿈치로 쏠리게 해 척추와 허리에 무리를 준다.
2. 상체의 무게를 엉덩이 위에 두고 걷는 자세. 머리를 앞으로 내밀게 만들어 어깨가 구부정하게 만든다.
3. 무릎을 지나치게 곧게 펴고 걷는 자세. 이런 자세로 오래 서 있거나 걸으면 다리 근육이 약해진다.
4.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어지게 해 걷는 자세(안짱걸음)나 양발을 바깥쪽으로 벌려 걷는 자세(팔자걸음). 안짱걸음은 가장 흔한 자세로, 평발인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무릎 관절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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