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내치아로 씹고 뜯는 맛 즐기려면
"치과의사인 내가 치아를 잃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나는 우선 의치를 할 것이다. 의치가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브리지, 그 다음으로 임플란트를 생각할 것이다. 임플란트를 하기 전에 치아가 없는 상태로 지낼 수 있는지도 따져보겠다. 임플란트를 한 후 실패했다면 다른 치료마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임플란트는 마지막 카드로 남겨 놓겠다."
무작정 이를 뽑자고 하면 당장 치과를 바꾸라며 `양심 진료선언`을 해 화제를 모은 일본 치과의사 이와타 아리히로 박사가 저서(치아를 남겨라ㆍ한문화 출간)에서 밝힌 내용이다.
치아가 있어야 음식을 꼭꼭 씹어먹을 수 있고 이는 면역력을 높이고 노화를 막아준다. 또 씹는 동작을 하면 뇌로 가는 혈액 양이 많아지면서 뇌기능이 좋아지고 침이 많이 분비돼 소화를 촉진시킨다. 잘 씹으면 자율신경이 조절되어 편두통, 어깨결림, 손발저림, 현기증, 요통, 이명, 눈의 불쾌감 등이 개선되기도 한다. 치아는 우리 몸에서 `안전센서` 기능도 한다. 밥속에 돌이나 모래와 같은 이물질이 섞여 들어갔을 때 건강한 치아는 이를 감지하고 더 이상 씹지 않음으로써 몸을 보호한다. 하지만 인공치아는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이와타 아리히로 박사는 주장한다. 정상적인 성인 치아는 28~32개다. 100세까지 장수하려면 보통 80세가 되었을 때 치아가 20개 이상 남아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8020`이라는 숫자도 이런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 내 자연치아, 이렇게 하면 남길 수 있다
치아는 다른 장기와 달리 없어도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치아와 잇몸 경계에 플라그, 즉 이에 끼는 젤라틴 형태 치태가 붙으면 잇몸이나 뼈에까지 염증이 발생해 우리 몸속으로 세균이 침입하게 된다.
입속 건강은 충치와 치주병을 어떻게 예방하느냐에 달려 있다. 충치는 흔히 단 음식을 먹으면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반은 틀리고 반은 맞다. 입안 세균은 당분을 에너지로 해 산(酸)을 만드는데 이 산 때문에 치아가 녹아 충치가 생긴다.
충치를 막으려면 산에 강한 치아를 만들도록 가급적 불소치약을 쓴다. 식사시간을 지키고 음식 섭취 횟수를 제한해 세균에 영양분이 되는 당을 공급하지 않도록 한다. 식사를 할 때는 꼭꼭 씹어 먹어야 입안을 중성으로 유지한다.
치주병은 `치아 주위 조직에 생기는 병`으로 충치와 함께 치과 2대 질환으로 손꼽힌다. 음식물을 치아로 씹거나 마시면 치아와 잇몸 사이 골(치주포켓)에 찌꺼기가 쌓인다. 이 부분은 칫솔질로 쉽게 제거되지 않아 쌓인 찌꺼기 속으로 침에 포함돼 있는 세균이 침입한다. 결국 치아와 잇몸 사이 골에 남은 찌꺼기가 세균덩어리가 되어 각종 질환으로 이어져 치주병이 된다.
치주병 예방은 칫솔질로 처음 쌓인 찌꺼기를 매일 꼼꼼하고 말끔히 제거하는 것이다. 찌꺼기가 쌓여 딱딱한 치석이 되면 양치질로 제거되지 않는다. 또 잇몸 속으로 침입한 독소나 세균은 칫솔질로는 제거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치과의사나 치과 위생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 좋은 치약 효과 있고 전동치솔 좋은가
충치와 치주병을 예방하는 지름길은 올바른 칫솔질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치약을 써야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치과의사들은 "치약보다 칫솔질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치약에는 충치를 막는 불소가 들어 있고 미백ㆍ세정 효과를 높여주지만 치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칫솔질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또 치아에 중요한 것은 칫솔 종류보다 방법이라고 이와타 교수는 지적한다. 전동칫솔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칫솔질은 위에서 아래로 쓸어주듯 모든 치아를 빠짐 없이 구석구석 칫솔질을 해야 한다. 이와타 박사는 "전동칫솔은 원운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구석구석 칫솔질이 힘들 수있다"며 "전동칫솔이 스케일링 효과를 낸다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손을 움직일 수 있다면 가능한 한 일반 칫솔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치간 칫솔과 치실 사용도 권장된다. 치아구조상 칫솔질만으로 이물질이나 치태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치간 칫솔을 사용하면 플라그를 95%까지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간 칫솔과 치실을 이용하면 이 사이가 벌어진다는 말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억지로 밀어넣지 않는 한 치간 칫솔과 치실 사용만으로 이 사이가 벌어지지 않는다.
◆ 이 뽑기엔 신중해야
치아치료를 받기 전 대부분 환자들은 "꼭 뽑아야 한다" "~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이때 환자들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단정적인 진단은 거절하기 쉽지 않고 이에 따라 자기 의견을 말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와타 박사는 임플란트는 만능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임플란트가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치아 가운데 가장 훌륭하긴 하지만 자연 치아를 완벽히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임플란트의 가장 큰 강점은 내 치아처럼 자연스럽게 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익숙해지면 의식하지 않는 한 자기 치아와 다름없이 씹을 수 있다. 외관상 보기 좋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 임플란트는 끼웠다 뺏다 하는 틀니와 달리 고정돼 있어 편하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의사들이 임플란트를 너무 쉽게 권하고 환자들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이와타 박사는 비판한다. 만약 임플란트가 실패하면 뼈를 잘못 다룬 것 이상으로 육체적ㆍ정신적 부담이 크다. 임플란트는 잘 관리하면 진정한 제3의 치아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신체를 갉아먹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
임플란트는 골융합, 즉 뼈에 산화티탄막이 결합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잇몸 일부는 산화티탄막과 결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플라그 관리가 충분하지 않으면 입속에 있는 세균 때문에 뼈가 감염될 수 있다. 대학병원과 전문병원 임플란트 치료팀은 구강외과, 마취과, 보철과, 방사선과로 구성돼 있지만 일반 개업의원은 의사 한 명이 보조요원 한두 명을 두고 모든 시술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임플란트 시술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매일경제 [이병문 의료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