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김동일 교수
- ▲ 동국대학교 김동일 교수
여성은 남성보다 우울증이 두 배 이상 많다.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 대처능력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환경이나 유전적 소인 등이 영향을 미치는데, 초경, 임신 및 출산, 폐경 등에 관여하는 여성호르몬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년의 우울증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감퇴가 주요 원인이다. 이 호르몬은 정서반응에도 관여하고 여성을 여성답게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아울러 노화와 생식기능 소실에 대한 심리적 위축, 가족과 사회관계에서의 자아 위축과도 관련이 있다. 특히 중년 여성의 경우 부부관계의 장애와 자녀들의 출가 등으로 상실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빈둥지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이라고 한다. 우울증은 어느 한 가지 때문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나타나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울증, 자신도 모른다 |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무조건 우울증은 아니다. 우울증의 기본적인 증상에 우울감이 속해 있지만, 자기비하감, 의욕저하, 판단력 약화, 대인기피 등으로도 나타난다. 어떤 경우에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정신운동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우울증 초기에는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거나 피곤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기 어렵다. 그러나 증상이 본격적으로 발현되면 극단적인 자살충동까지 생기게 된다. 이것은 계단형으로 발전해가지는 않으며 개인마다 차이도 심하다. 우울증은 수면장애, 피로감, 어깨 결림, 소화장애, 골반통 등 신체적인 증상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우울한 감정을 신체증상 뒤에 감춘 ‘가면 우울증’이 그것이다. 이럴 경우 자신뿐 아니라 식구들도 병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다. 다른 병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생각지도 않게 우울증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많다. 갱년기 우울증의 경우 일반적인 우울증과 증상은 같은데, 인생에 대한 허무감을 표현하거나 배우자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도 많다. 신체의 노화와 관련된 증상에 대한 호소가 뒤섞여 있기도 한다.
우울증, 건강을 위협한다 |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다. 우울증 역시 신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쳐 생리기능을 감퇴시키고 면역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우울증에 의한 식욕감퇴, 운동부족 등은 2차적으로 건강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화병은 가면성 우울증의 한 형태 | 화병은 한국의 특이한 가족관계와 문화에 기반한 정신증상에 신체증상이 겹친 문화관련 증후군이다. 오랜 기간 누적된 분노에 대한 감정의 주체와 대상이 명확하고, 속에서 열이 나며, 목에 뭔가 맺힌 것 같아 답답하다거나 열이 나면서 두근거리는 등의 신체증상이 동반된다. 우울증 중에서 신체적 증상을 주로 호소하는 가면성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증상이 혼합된 형태로 보고 있다. 화병은 주로 10년 이상 감정표현을 못 하고 지낸 상태에서 나이가 들고 심신이 약해지면서 발생한다. 더 이상 참기 어려운 분노가 폭발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오랜 시간 감정표현 불능상태에 따른 가면성 우울증의 한 형태다.
- ▲ 영화 <베스트셀러> 속 주인공 작가(엄정화 분)는 두 번의 표절 논란을 겪으며 심한 우울증과 모니터가 하얗게 보이는 증상 때문에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한다.
자가평가 우울척도
그렇지 않다 1점, 가끔 그렇다 2점, 자주 그렇다 3점, 항상 그렇다 4점
1 나는 매사에 의욕이 없고 우울하거나 슬플 때가 있다.
2 나는 하루 중 기분이 가장 좋은 때는 아침이다.
3 나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거나 울고 싶을 때가 있다.
4 나는 밤에 잠을 설칠 때가 있다.
5 나는 전과 같이 밥맛이 있다(식욕이 좋다).
6 나는 매력적인 이성을 보거나, 그와 함께 앉아서 얘기하는 것이 좋다.
7 나는 요즘 체중이 줄었다.
8 나는 변비 때문에 고생한다.
9 나는 요즘 가슴이 두근거린다.
10 나는 별 이유 없이 자주 피로하다.
11 내 머리는 한결같이 맑다.
12 나는 전처럼 어려움 없이 일을 해낸다.
13 나는 안절부절못해서 진정할 수가 없다.
14 나의 장래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15 나는 전보다 더 안절부절못한다.
16 나는 결단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17 나는 사회에 유용하고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18 내 인생은 즐겁다.
19 내가 죽어야 다른 사람들, 특히 식구들이 편할 것 같다.
20 나는 전과 다름없이 일하는 것이 즐겁다.
※ 총점이 0~39점이면 우울증상 없음, 40~49점이면 약간 있음, 50~59점이면 어느 정도 있음, 60점 이상이면 심함.
중년의 다이어트법은 따로 있다_비만
동국대학교 김동일 교수
이화여대 심경원 교수
- ▲ 이화여대 심경원 교수
비만은 건강의 적이다. 다이어트는 미관상의 문제뿐 아니라 건강을 위한 첫걸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비만한 사람이 체중을 10% 감량하면 전체 사망률이 20%나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당뇨병과 관련된 사망률은 30%, 암과 관련된 사망률은 40%나 감소된다. 혈압이 10㎜Hg 감소되고, 혈청 콜레스테롤은 15%가 감소된다. 이뿐 아니라 성공적으로 살을 뺐다는 성취감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중년 여성, 숨만 쉬어도 살찌는 이유 | 여성은 남성에 비해 쉽게 살찌는 체질을 타고났다. 임신과 수유를 위해 영양분을 잘 저장하는 신체구조와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섭취하면 생리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것을 체지방으로 잘 축적시킨다. 기아와 추위에 잘 적응하도록 진화된 것과도 연관이 있다.
더구나 중년의 여성은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잘 찌고 여기저기 군살이 붙는다. 20대의 활발했던 신진대사는 30대에 들어서면서 생리적 노화에 의해 서서히 느려진다. 신진대사가 느려지면 몸이 소비하는 열량이 줄어들어 그만큼 잉여 열량이 체지방으로 쌓인다는 의미다. 또 노화가 진행될수록 몸에 근육은 줄고 체지방은 늘어난다. 20대에 20% 안팎에 지나지 않던 체지방이 30대를 넘어서면서 30%까지 증가하고 이후로 꾸준히 늘어난다. 아랫배, 엉덩이, 허벅지 등 하반신에 집중적으로 살이 찐다. 몸매가 예전 같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런 나잇살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다이어트에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낮은 열량의 식사에 익숙해지자 | 나이가 들수록 신진대사가 느려지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전보다 열량이 낮은 식단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렇다고 식사량을 줄이거나 무조건 굶는 식의 다이어트는 신진대사를 느리게 만들어 살이 오히려 더 잘 찐다. 정말 살을 빼고 싶다면 굶지 말아야 하고, 하루 1200㎉의 식사를 5가지 식품군에서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 ▲ 유진이 뚱녀로 변신해 화제가 되었던 단막극 <화평공주 체중감량사>. 극 중 화평공주는 첫날밤 남편에게 소박을 맞은 뒤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다이어트는 조삼모사다 | 언제 얼마나 먹느냐가 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다이어트는 조삼모사가 맞다. 총량을 계산할 때 하루에 똑같이 일곱 개를 먹더라도 아침에 먹는 것은 체내에 축적되기보다 분해되어 에너지를 만드는 데 활용되고, 저녁에 먹는 것은 그대로 축적되어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이 분비되는 시간으로 인해 생긴다. 인슐린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쪽으로 작용하지만, 글루카곤은 에너지를 활용하는 데 쓰이며 글루카곤은 저녁에는 분비되지 않는다. 저녁 식사는 모조리 지방으로 축적된다는 이야기다.
아침을 거르면 살찌는 이유 | 아침을 거르면 점심이 첫 끼니가 된다. 그러면 점심은 아침을 먹듯 위장을 운동시키는 기분으로 소량 먹게 되고, 대신 저녁에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날 먹은 것들은 다음 날 아침의 공복을 위해 지방으로 몸에 차곡차곡 쌓인다.
점심은 단백질 위주로 | 잘못된 점심 식사습관은 저녁의 과식으로 이어진다. 점심은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영양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식단으로 선택하자. 닭가슴살, 육류, 달걀, 두부, 콩류, 유제품 등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들이 좋다.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좋은 음식들이다.
저녁은 당지수가 낮은 음식으로 | 대부분의 탄수화물 식품은 혈당의 수치를 증가시켜 비만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숙면을 방해한다. 따라서 저녁에는 최대한 곡류의 섭취를 줄이고 가능한 한 채소와 과일을 기본 탄수화물원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곡류 중에서도 백미, 밀가루, 감자 등 당지수가 높은 음식 대신 현미, 통밀, 호밀 등 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선택한다. 당지수가 낮은 음식은 같은 양을 먹어도 지방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낮은 강도의 운동을 장시간 한다 | 다이어트는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운동은 체지방을 줄여서 질병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지방조직 1㎏은 약 7700㎉에 해당되는데, 30~60분간 유산소운동으로 소모되는 열량은 250~500㎉ 정도다. 지방 1㎏을 태우기 위해서는 가벼운 운동 30시간 또는 강한 운동 8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동은 강도가 높은 운동보다는 강도가 낮은 운동으로 장시간 하는 것이 좋다. 강도가 낮을수록 소비되는 열량은 적지만 지방의 에너지 동원율이 높기 때문이다. 주 2회 20분 정도의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지방을 제외한 부분의 체중을 유지하고 에너지 대사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 여성조선
취재 두경아 기자 | 사진 신승희, 영화 <베스트셀러>, 단막극 <화평공주 체중감량사> 스틸컷
참고자료 《여자, 40세부터 건강하게》, 《마흔, 여자는 아프다》,
《20대보다 젊게 사는 3040 여성 한방 건강》
도움말 김동일, 심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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