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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땅을 사지 말고 지역을 사라

by 따그니(화려한백수) 2011. 12. 7.

 

강원도에 위치한 전원주택 단지의 공사가 진행 중이다.
도시생활을 접고 전원에서 인생의 2막을 열려면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전원의 삶이 마냥 여유롭고 낭만적인 건 아니다. 농사만 봐도 그렇다. 도시생활보다 더욱 치열한 현실일 수 있다. 그래도 전원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먼저 땅부터 구해야 한다. 이어 집을 지어 입주한 뒤 초기 적응기를 거쳐야 전원생활에 안착할 수 있다. 행복한 전원생활과 성공적 재테크란 두 목표를 이루려면 땅을 잘 잡아야 한다. 미래가치가 있는 땅을 얻지 못하면 그 위에 지은 집도 쓸모가 없게 된다.

흔히 시골땅을 살 때 땅의 입지조건이나 가격 등 미시적인 분석에 치우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개별적인 땅의 가치보다는 지역의 가치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 먼저 군·면 단위에서 리(里)나 마을 단위로 점차 좁혀간다. 지역 가치가 높은 땅이란 남향·배산임수 등의 자연조건뿐만 아니라 주변 개발호재, 역사·문화·관광 등 지역테마, 교육·생활편의시설 등의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 있는 곳을 말한다.

주변 재해정보부터 파악하라

경관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다. 대개 전원주택 입지를 선택할 때 주변 풍광에 취해 강변과 계곡 바로 옆 땅을 선호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탓에 해마다 폭설과 한파, 폭우, 가뭄 등 자연재해가 되풀이되면서 강 범람과 산사태 피해도 잦아지고 있다. 여름에는 좋은데 겨울에 해가 들지 않는 곳일 수 있고, 겨울에는 좋은데 여름철 비가 오면 강물의 범람으로 갇힐 수도 있다. 따라서 보금자리 터로 점 찍었다면 먼저 해당 관청을 찾아 그 지역에 대한 재해지도 등 자연재해 정보부터 파악해야 한다.

부동산은 현장이 중요하다. 지인이나 중개업자로부터 땅 매물을 소개받으면 먼저 인터넷 위성지도와 항공사진, 토지공부 등을 통해 해당 땅에 대한 개괄적인 분석을 한다. 그런 뒤 반드시 현장을 찾아가 해당 토지에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는지 지적도와 토지이용계획확인서, 등기부 등본 등 각종 서류를 확인해야 한다. 주변의 도로, 철도, 도시계획 등 개발계획에 대해서는 국토해양부(1599-0001) 또는 관할 지자체 도로, 도시계획 담당 부서에 확인하면 된다. 계약을 맺을 때는 계약내용의 기본사항은 물론 계약 위반 때 배상문제, 분양사업자가 구두로 약속한 내용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이런 확인과정 없이 서둘러 (가)계약을 맺는 건 금물이다.

시골땅을 살 때는 ‘중개 바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현장답사를 하기 전 관청에서 토지이용계획확인서와 지적도를 떼서 땅의 용도와 지적사항을 우선 확인하고 출발해야 한다. 지도와 지적도는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시골땅 거래 과정에서 악덕 중개업자들은 매수인에게 바가지를 씌워 ‘중개 폭리’를 취하곤 한다. 예를 들어 땅주인이 3.3㎡(1평)당 20만원 받아달라고 했다면, 이를 25만원에 매수인에게 넘기고 차액 5만원을 본인이 챙기는 식이다. 이때 동네 이장 등 무허가 중개인이 개입하면 가격은 30만원까지 치솟는다. 따라서 땅을 살 때는 반드시 여러 중개업소를 찾아 비교 분석하고, 매도인도 만나보는 게 좋다.

전원생활과 투자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토지정책의 흐름을 남보다 빨리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땅값 상승을 이끄는 지역 개발은 바로 이 토지정책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이다. 시골땅은 지자체별로 개발과 건축허가 기준이 다를 때가 많다. 따라서 정보를 선점하고 분석해야 한다. 특히 현장을 직접 찾아가 숨어있는 가치를 발굴해내는 정보 분석력이 절실하다.

땅은 51% 마음에 들면 사도 된다. 100% 완전한 땅은 없다. 혹 있다고 해도 그런 땅은 너무 비싸게 마련이다. 만약 어떤 땅을 봤을 때 80% 마음에 든다면 이미 그 땅의 가치는 80%까지 올라있다고 보면 맞다. 오히려 하자 있는 땅이라도 51% 마음에 든다면 이후 49%의 상승여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당장 진입로가 없는 맹지라도 나중에 다리가 놓이거나 저렴하게 도로부지의 사용승낙을 받을 수 있다면 땅 팔자는 확 달라진다.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한다. 서울과 수도권 수요가 뒷받침되는 지역의 땅을 사야 가치가 계속 상승한다. 따라서 서울과 수도권을 빠르게 연결하는 고속도로 IC 일대와 복선전철 역세권 땅은 단연 인기다. 서울~강원 양양간 동서고속도로(경춘고속도로 포함), 제2영동고속도로(경기 광주~강원 원주), 경춘선 복선전철과 중앙선 복선전철 구간, 원주~강릉간 복선전철 등이 대표적이다.

땅을 샀다면 이제는 꿈에 그리던 내 집을 지을 차례다. 누구나 아름다운 산과 계곡, 강변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어 한다. 하지만 보기에 멋진 집보다 살기에 좋은 집을 짓는 게 중요하다. 먼저 듣고 배워야 한다. 전원주택의 시공방법은 크게 건축주가 일꾼과 자재를 직접 구해 짓는 방식과 건축업체에 맡겨 짓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나 후자나 건축주는 목조, 황토, 스틸, 퓨전식 등 각종 구조의 집 짓기와 관련된 지식을 쌓아야 한다.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 등의 집 짓기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실제 시공현장에서 경험을 쌓아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 처음 집을 짓는 사람들은 대개 무리를 해서라도 크고 멋진 집을 지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건 노후자금 운용이나 집 처분 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규모는 작지만 건강에 좋고 에너지 등 관리비가 적게 드는 실용적인 집을 짓는 게 좋다.

전원생활을 앞두고 텃밭 가꾸기 교육을 받고 있다.

표준 설계도 참고할 만

직접 설계를 의뢰하기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표준 설계도를 고려해볼 만하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1995년도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주택을 짓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농촌경관주택 표준설계도’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조적조, 목조, 스틸하우스 등 건축방식별로, 다양한 평형별로 주택 구성원들과 주거방식에 따라 적합한 공간 배치를 제안해 저렴한 비용으로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설계도는 총 50종이 보급돼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표준설계도를 이용하면 내부 인테리어가 평형별로 규격화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 건축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국토해양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표준설계도이므로 농촌지역에 지으면 신고만으로 신축할 수 있다. 농촌경관주택 표준설계도는 한국농어촌공사 각 도본부와 지사에서 무료로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고, 웰촌포탈 (www.welchon.com)에서도 열람과 출력이 가능하다.

전원주택 건축은 친환경적인 면을 고려하면서 에너지 절감으로 냉·난방비를 줄일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패시브하우스는 틈새를 최소화하고 고단열자재, 3중 유리시스템창호, 폐열 회수 환기시스템 등을 활용해 열을 차단한 주택으로 난방용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화한 건축물이다. 고단열성과 고기밀성을 확보해 집 안에 생성된 열을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해서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20도 정도로 따뜻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제트하우스는 전원주택 단지 전체를 솔라하우스로 지을 계획이다. 비용절감 효과가 있고 환경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 건강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솔라하우스는 태양빛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발전 설비를 갖추고 직접 전기를 생산해 사용하는 주택이다. 태양광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한전으로 보내 전기료를 차감할 수 있다. 태양광발전 설비만 추가로 설치하면 된다. 평형에 따라 설치비 차이는 있지만 약 40%는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집을 지을 때는 시공사에서 하자보수보증서를 꼭 받아야 한다. 시공업체에 맡길 때 건물의 설계도서(전기·설비 시공도면 포함)와 하자보수보증서를 함께 받는 게 좋다. 전원주택은 아파트처럼 관리사무실이 없기 때문에 전문적인 분야인 전기 및 통신, 보일러 등은 해당 시공업체가 직접 애프터서비스(AS)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좋다. 특히 건축물의 침하, 화장실 누수, 지붕 누수, 벽체 균열, 오폐수 배관의 문제, 보일러 문제가 생기면 시공사에서 즉각 보수하다록 해야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영세한 업체들은 즉각적인 하자보수와 AS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규모가 있는 업체를 선택하는 게 좋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강소주택’으로 짓는 대신 정원과 텃밭은 가급적 넓게 확보한다. 이 때 정원은 한꺼번에 돈을 들여 조성한 ‘보는 정원’보다는 테마를 정해놓고 가족이 함께 조금씩 만들어 가는 ‘가꾸는 정원’이 좋다. 나이든 어르신들은 텃밭을 좀 더 크게 만든다. 가급적 땅은 1650㎡(500평)~3300㎡(1000평) 정도 확보한다. 땅값이 오르면 절반을 잘라 팔아 목돈을 챙길 수도 있다.

꿈에 그리던 내 집에 실제 입주해 살아보면 설렘도 잠시, 또 다시 적지 않은 문제에 부딪치게 마련이다. 도시와는 달리 시골에선 폭설이나 강풍에 전기가 끊기거나 겨울철 동파사고 등에 취약하다. 또한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크고 작은 하자가 많이 생긴다. 작은 하자 보수는 손수 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보일러 정화조 등 필수 설비는 도면과 작동시스템을 알고 있어야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전원생활에 재미 붙이고 흥미 가져야

도시생활에 길들여 있다가 막상 전원생활을 시작하면 오래지 않아 환상은 깨지고 많은 불편을 겪게 된다. 특히 겨울나기는 철저한 준비와 인내가 요구된다. 서울 근교 전원주택단지라도 도시에서의 생활패턴과는 크게 다른다. 전원생활에 맞는 다양한 취미생활이나 부업, 소규모 농사 등에 재미를 붙여야 견딜 수 있다. 경험이 없는 도시민 중에는 무리해서 넓은 땅을 마련하고 농사를 지으려다가 재미는 고사하고 고생만 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집 주위의 9.9~13㎡ 조각 땅을 밭으로 만들거나 인근 주말농장을 13㎡ 정도 분양 받아 경작이 쉬운 상추나 고추, 토마토 등을 심어보는 게 바람직하다.

전원주택에서 사는 건 “내가 얼마나 그곳에 참여해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전원주택에 참여하는 정도에 따라, 참여하는 마음가짐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진다. 땅을 쓸고 닦고 가꾸는 일, 집을 짓고 수리하고 가꾸는 일을 스스로 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시키고 한발 물러서 부채질만 하며 살겠다면 전원주택에 사는 재미도, 의미도 사라진다. 나아가 전원주택을 통한 재테크 기회도 잃게 된다. 내가 참여해 가꾼 만큼 전원주택의 부동산 값어치가 올라가고 삶의 가치도 커진다.

박인호 전원&토지 칼럼리스트
출처 : 사오십대 쉼터
글쓴이 : 영변약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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