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적으로 2월 하순부터 4월 중순사이에 많이 나타나는 춘곤증은 겨울동안 움추렸던 신체의 대사 및 활동량이 봄이 되면서 갑자기 늘어나 생기는 일종의 피로 증세라고 할 수 있다. 즉, 봄철 피로를 특징으로 하는 신체의 일시적인 환경부적응 증세를 봄철피로증후군 (spring effort syndrome) 또는 춘곤증이라고 한다.
몸이 나른하고 피로감을 느끼는 춘곤증의 가장 큰 원인은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등 외부 대기환경의 변화에 우리 몸의 생체 리듬, 즉 내장 기운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특히, 겨울동안 운동이 부족하고 피로가 누적된 사람에게서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봄은 취직, 입학, 인사이동 등 신상변화가 많아 일의 양이나 내용, 휴식시간 등이 바뀌는 때이므로 적응을 위한 신체적인 혹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몸이 피곤해지고 나른한 기분이 들게 된다.
춘곤증은 봄철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시적인 생리 현상이지만 그 증세가 심해지면 다른 질환으로 이환될 우려가 있으므로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춘곤증은 이미 잠복해 있던 다른 질병과 더불어 나타나는 경향이 많으므로 나른한 피로감과 함께 다른 증상이 나타날 때는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로감이 함께 오는 대표적인 질환은 감기, 결핵, B형 간염, 지방간, 갑상선 질환, 당뇨병, 고혈압, 빈혈 등이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생체의 모든 생리기능을‘기’(氣)와‘혈’(血)이 조절한다고 믿고 있다. 또한 이‘기혈’은 운행하는 통로, 즉 경락(經絡)이 따로 있기 때문에 어떠한 원인으로든지 이 통로가 막혀서 순행이 되지 않으면 병증을 유발하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通則不痛(통즉불통)’이란 기가 통하면 아프지 않다는 뜻이고,‘不通則痛(불통즉통)’이란 기가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뇌혈관이 파열되거나, 혈전으로 인해 막혀서 오는 경증도의 중풍의 경우, 기혈순환이 되지 않아 해당 부위에 마비감과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다가 꾸준한 치료 끝에 통증과 함께 호전되어가는 수가 많다. 이때의 통증은 기혈순환의 통로가 막혔던 것이 뚫릴 때 오는 통증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갑자기 무거운 것을 들다가 허리를 다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요추에 추간판 탈출증 등의 특별한 이상이 없을 경우, 추나요법으로 골반과 요추 주위 조직의 비틀림을 교정해 준 후 약물로 내출혈된 어혈을 제거하면서 침이나 약침, 한방물리요법으로 환부의 기혈 순환을 왕성하게 해주면 수 회의 치료 끝에 완치 되니 이 또한‘통하게 해주면 아프지 않게 된다.’는‘通則不痛’의 원리에 입각한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의사는 모든 진단법에 의하여 환부의 기혈순환을 관찰하고 그것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사법(補瀉法)을 적절히 운용한 한약제제와 침, 뜸, 한방물리치료 등의 모든 치료수단을 동원하여 치료에 임하는 것이다.
그러면 한의학에 있어서의‘보약’과‘치료약’의 개념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수천년 전부터 경험의학으로 전래되어 온 한의학의 기본 이론은 인체를 우주의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소우주’로 간주한다. 따라서 질병상태를 간단히 표현하자면‘외부환경과 적응하지 못한 결과로 초래되는 인체 내부 음양의 불균형상태’라고 할 수 있다.
상기한 K님의 경우도 지난 겨울에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봄의 생동하는 기운에 미처 적응 할 수 없어서 유난히 심한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는 곧 계절과 인체 생리기능의 상관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계절에도 양(陽)이 성(盛)한 때와 음(陰)이 성한 때가 있다. 춘분(양력 3월 20일경) 이후 추분(양력 9월 20일경)까지는 양이 왕성한 때이고, 추분 이후 춘분까지는 음이 왕성한 시절이다. 하지(6월 20일경)에는 양이 극성하고, 동지(12월 20일경)에는 음이 극성하다.
陽이 왕성한 철에는 모든 것이 동적(動的)이며, 적극적으로 생장하고 발달하며 번식한다. 모든 식물은 새싹이 돋고, 꽃이 피며 열매가 열린다. 물론 동물계에도 활동과 번식작용이 왕성해 지는 절후가 이때이다.
陰이 왕성한 철에는 모든 것이 정적(靜的)이고 소극적이다. 모든 식물은 쇠락하고 동물들은 칩거하는 것이다. 만약 이에 반하여 겨울철에 지나친 운동이나 과로로 내재하고 있던 원기를 과다하게 손상하면 양이 왕성해지는 봄에 이르러 심한 무기력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인식 하에 동양철학의 음양오행 이론을 근간으로 인체 내장장부의 허실을 가리고, 그 음양의 치우침을 다스려 균형을 이루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한의학적 치료의 기본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해서‘보약’과‘치료약’의 개념은 종이 한 장의 차이도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생체의 생리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치료약이 결과적으로는 기운을 북돋아 주는 보약의 역할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게 마련이다. 평소의 건강 상태는 자기 인생 관리에 대한 성적표라고도 할 수 있다. 각종 성인병의 경우를 좋은 예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병이 들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우왕좌왕하지 말고 침착하게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그대로 실천해 가야할 것이다.
예로부터 선인들은‘이미 병이 든 후에 치료하지 말고, 병이 들기 전에 다스려야 한다.’고 하여 예방의학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만큼 평소의 섭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태을진인(太乙眞人)은 양생요결(養生要訣)에서 말을 아껴 기(氣)의 소모를 줄이는 한편 정신을 수양하고, 사계절의 기후에 잘 적응하며, 음식과 정욕을 절제하고, 거처를 가려하며, 체력을 단련함에 힘쓴다면 무병장수할 수 있다 하였다.
사람은 기(氣)로 말미암아 생존하고, 기혈(氣血)의 순환으로 생명활동을 영위해 나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원기(元氣)를 잘 가다듬고, 외부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며, 편안한 마음가짐과 적당한 음식으로 식보(食補)를 한다면 다른 보약이 또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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