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시인 조지훈의 ‘완화삼’입니다. 술 익는 향기와 강마을의 저녁노을, 시름에 겨운 나그네의 붉은 얼굴이 아름답게 겹쳐지는 듯합니다. 조지훈 선생이 활동했던 19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마을마다 술을 빚는 술도가가 있었습니다. 술이 익기 시작하면 그 향이 온 마을 가득 퍼졌다고 합니다.
발효식품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면 먼저 발효(醱酵 fermentation)라는 말을 이해해야합니다. 발효라는 두 글자는 모두 술을 뜻하는‘酉’가 들어갑니다. 발효현상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술이 익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술을 익힐 때는 효모(酵母 yeast)를 포함한 여러 가지 미생물을 이용합니다. 막걸리를 빚을 때 쓰는 누룩도 효모를 포함한 각종 미생물 덩어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효모도 미생물입니다. 효모는 맥주나 포도주, 뿐만 아니라 빵 등을 발효시킬 때 많이 사용하는데, 발효되면서 이산화탄소가 생겨 거품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yeast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끓는다’에서 유래합니다. ‘강마을에 익는 술’도 부글부글 끓으면서 농익은 향기를 풍기겠지요.
발효는 미생물들이 일으킵니다. 미생물이란 주로 단세포나 균사로 이루어져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0.1mm 이하의 먼지보다 작은 생물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작용은 일어나니까 옛사람들이 그 현상을 보고 발효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현미경이 발달하면서 발효를 일으키는 부지런한 일꾼이 효모라는 작은 미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인류가 미생물을 이용한 역사는 오래됩니다. 움푹 팬 바위, 항아리 등에 묵혀둔 과일이나 곡물이 자연 발효되는 것을 발견한 것이 단초가 되어, 이미 원시시대 때부터 다양한 미생물을 이용하여 술을 비롯한 각종 음식을 발효시켰습니다. 참고로 맥주 양조 시에는 맥주효모균(Saccharomyces cerevisiae), 포도주 양조시에는 포도주효모균(S. ellipso-ides)을 사용합니다.
대자연에는 수많은 동식물이 태어나고 또 죽어서 사라집니다. 우리는 동식물이 죽고 난 후, 그들이 남긴 유기체가 자연스럽게 흙으로 돌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런데 만약, 동식물의 생명이 떠난 유기체가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지구는 거대한 쓰레기하치장으로 바뀔 겁니다. 이런 유기체들을 발효시키거나 부패시키는 일꾼이 바로 미생물입니다.
미생물은 인도의 신화에 나오는 파괴의 신(神) ‘시바’입니다. 대자연의 청소부이자, 위대한 파괴의 신인 미생물은 파괴를 통해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창조의 바탕을 만듭니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우리 몸속에서도 대자연과 똑같은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 몸의 위장관(胃腸管 gastrointes-tinal tube) 속에도 대자연과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으면서 ‘발효와 부패’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종류만 해도 수백종이고, 몸의 상태나 위장관의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몇 백조 개(마리?!)는 된다고 합니다. 사람의 세포수가 약 60조 개니까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대변에서 수분을 빼면 삼분의 일 정도가 미생물의 시체들이라고 하니 짐작이 가지 않습니까.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많은 미생물들과의 관계가 기생이 아니고 공생(共生)이라는 겁니다. 유기물인 음식을 섭취하고 소화 흡수시켜야 하는 위장관의 입장은 유기체를 분해해서 흙으로 되돌려야하는 대자연의 입장과 같습니다.
위장관에서도 파괴의 신(神)인 미생물들의 도움이 필요한 겁니다. 위장관에서는 소화가 일어납니다. 원래 소화(消化)라는 말은 상당히 철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소(消)는 ‘물질이 아주 작게 분해되다가 결국 사라지는 것’이고, 화(化)는 오행철학에서 토(土)의 작용으로서 ‘새로운 것으로 변화되는 것’을 뜻합니다. 의학적으로는 우리가 섭취한 음식이 잘게 분해되어 흡수되고 에너지로 바뀌는 현상입니다.
소화는 각종 효소(酵素)들의 작용으로 이루어집니다. 효소는 체내 세포에서 만들어지는데, 소화흡수, 신진대사, 독소분해 등 인간의 모든 생명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촉매 단백질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효소들이 체내 세포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내에 있는 유익한 미생물들에 의해서도 생산된다는 겁니다.
미생물들은 수없이 많은 효소를 만들어 내며 소화를 비롯한 각종 생명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몸은 바닷가 모래알 숫자보다도 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는 소우주(小宇宙)입니다.
# 발효식품
발효식품은 유익한 미생물과 효소가 풍부한 식품을 말합니다. 발효식품은 미생물의 종류나 식품의 재료에 따라 다양합니다. 독특하고 향기로운 풍미를 가지게 되는데, 영양가가 높고 소화흡수가 뛰어납니다.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는 술, 빵, 식초, 간장, 된장, 고추장, 치즈, 버터, 요구르트, 김치, 젓갈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효소를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유익한 미생물이 풍부한 발효식품에는 각종 효소가 아주 많이 들어있습니다. 소화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에 큰 도움을 주는 발효식품을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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