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은 한쪽으로는 집어넣고 다른 한쪽으로는 빼내는 통과 같다. 들어오는 것이 음식(飮食, 마시고 먹는 것)이고 빼내는 것이 배설(排泄, 밀어내고 싸는 것)이다. 한쪽으론 들어오고 또 한쪽으론 나가지만 그 가운데 통에 남아 있는 것이 우리 몸이다.
우리 몸 덩어리는 들어오는 것도 제대로 들어와야 하고 나가는 것도 제대로 나가야 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서양문화권에서는 들어오는 것을 강조하고, 동양문화권에서는 내보내는 것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서양에서는 영양가 좋은 균형식(均衡食, balanced diet)을 먹어야 건강하게 된다고 생각하고, 동양에서는 해로운 독(毒)을 몸으로부터 밖으로 빼내야 건강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적 건강 지혜는 호흡도 내뿜는 호기(呼氣)를 잘 해야 하고, 마음도 비우는 것(瞑想)을 잘 해야 하고, 장(腸)도 비우는 것(排泄)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식(竊食), 단식(斷食), 금식(禁食)이 다 그런 생각에 바탕을 둔 것이다.
‘사람은 일생 동안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가?’에 대한 연구가 1994년에 발표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잠을 자는 데 24년, 일을 하는 데 13년, 음식을 먹는 데 4년, 사회활동을 하는 데 4년, 목욕하는 데 1년, 화장실에서 9개월, 성생활을 하는 데 5개월을 소모한다고 보고했고, 최근에는 텔레비전을 보는 데도 평균 10년을 보내는가 하면 전화를 하는 시간도 10개월에 달한다고 한다.
일생 동안 먹는 시간이 4년 정도라고 하는 것은 ‘입을 통해서 음식물을 위(胃)속에 퍼 넣는 시간’의 합이 4년 정도 된다는 뜻이지만, 사실 위가 음식물을 주물럭주물럭 소화시키고 있는 시간까지 합해 보면 ‘사람은 하루 24시간 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위가 빌 만 하면 음식물을 집어넣고, 빌 만 하면 또 집어넣고 하기 때문이다. 일단 먹은 음식은 삼키는 순간부터 6시간 내지 9시간 안에 대장에 도달하고, 24시간 이내에 대변이 몸밖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2, 3일에 한 번 정도 대변을 본다고 해서 병적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성숙할 대로 성숙한 대변을 뱃속에 그대로 지니고 다니는 것이 별로 건강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좀 상스러운 표현이지만 ‘바깥에 나와 있어야 될 똥을 뱃속에 넣고 다니는 것은 몸에 좋지 않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잘 먹고 잘 싸면 건강하게 마련이고, 건강하면 잘 먹고 잘 싸게 마련이다’라는 것이 우리 조상들의 지혜였다.
이처럼 ‘먹고 쌈’으로서 건강을 증진하는 것과는 반대로 ‘먹지 않고 굶음’으로서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방법도 또한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금식은 전통의학의 치료방법으로도, 수도행위로도, 종교적 의식행위로도 꾸준히 시행되어 오고 있다. 금식은 보통 1 ~ 7일 정도 계속하는 경우가 많으며 일주일 이상 금식하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감독 아래 해야 한다. 주로 물만을 마시면서 진행하기도 하나 최근에는 야채와 주스 등의 자연적인 요소를 사용하기도 한다.
금식이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는 여러 가지이다.
첫째로, 내장의 휴식을 제공한다. 음식을 먹지 않으니까 음식물을 받아들이고, 부수고, 소화시키고, 양분을 흡수시키는 내장들은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소화기 계통이나 순환기 계통 등의 내장 기능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이것은 금식을 통해서 중금속 같은 유독성 성분을 체외로 배출시켜 버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맹물을 마시면서 금식할 때보다 과일주스를 마시면서 할 때 더욱 효과적이다. 생명력 유지에 필수적인 비타민, 광물질, 효소 등이 계속 공급되기 때문이다.
셋째로, 장기의 정화작용(cleansing)이다. 영양분을 흡수하는 계통의 장기들은 휴식을 취할 것이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장기들은 계속 활발하게 작업을 하여 찌꺼기를 체외로 깨끗이 몰아내는 작용을 하게 되므로 유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간, 폐, 콩팥, 대장 등이 깨끗하게 정화된다는 말이다. 금식을 할 때 입안에서 악취가 나고 소변 색깔이 거의 검은 색깔마저 띠게 되는 현상은 유독성 물질이 체외로 배출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넷째로, 혈액 내 화학성분들이 균형을 되찾게 된다. 불규칙한 식사, 편식, 포식 등의 불량한 식생활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혈액성분들이 금식을 통해 다시 균형과 조화를 찾을 수 있게 된다.
다섯째로, 마음과 정신이 맑아진다. 음식을 먹고 나면, 몸의 에너지가 소화기 계통에 집중하게 되므로 피곤하고 졸립게 되는데, 반대로 소화기 계통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는 머리가 맑아지게 마련이다.
여섯째로, 불필요한 지방분을 제거해 줌으로써 체중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외에도 금식의 효력 중에는 극기를 통한 자기강화, 인체의 자생력 활성화, 약물복용 의존도의 저하, 편안한 수면의 유도 등이 포함된다.
그렇다고 금식이 덮어놓고 좋은 것은 아니다. 악성종양(암), 당뇨병, 활동성 결핵, 임신 중이나 수유기에 있는 산모, 전신 건강상태가 극도로 쇠약해져 있는 환자, 염증을 비롯한 급성 질병, 소모성 질환, 인슐린(당뇨병 치료제), 디지탈리스(심장병 치료제), 스테로이드(부신피질 홀몬), 페니실린(항생제)등 특정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등은 금식을 해서는 안 된다.
금식을 어떻게 시작하며 또 어떻게 진행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식을 어떻게 끝내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 건강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제대로 해야 한다. 먹는 것도 제대로 먹어야 하지만, 굶는 것도 제대로 굶어야 건강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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