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에 대해 잘못 알고있는 것들
[중앙일보 박태균] 식도락가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속담이 있다. 실제로 남쪽 바다에서 도다리가 보이기 시작하면 봄이 도래했다는 징표다.
봄철엔 도다리 외에 참돔·삼치·갑오징어·학꽁치·쥐노래미 등 미각을 돋우는 횟감들이 즐비하다. 고단백 웰빙식품인 생선회는 우리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만 의외로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많다.
살아서 펄떡펄떡 뛰는 생선을 잡아 바로 썰어놓은 활어회가 맛도 최고라는 인식도 이 중 하나다.
생선회 맛은 이로 느끼는 맛(육질의 단단함)과 혀로 느끼는 맛(지방·이노신산 등이 주는 깊고 풍부한 맛·감칠맛)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 국민이 즐기는 활어회는 쫄깃쫄깃한 느낌을 주는 장점이 있다. 감칠맛 성분인 이노신산은 극히 적다는 것이 약점이다.
횟감 중 국내 소비량 1위인 넙치(광어)의 경우 사후 5시간쯤 지난 뒤 육질이 가장 단단하나 이노신산 함량은 하루가량 경과한 뒤 최대치를 보인다. 또 이 수치는 사나흘 유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부경대 식품생명공학부 조영제 교수).
감칠맛을 높이기 위해 생선을 며칠 숙성시켜 상에 올리는 것이 선어회다. 신선도·씹는 느낌보다는 미각을 중시하는 일본인이 선호한다.
일반적으로 육질의 단단함과 담백한 맛은 흰살 생선, 감칠맛·깊은맛은 붉은 살 생선이다. 흰 복어·다금바리는 촉감, 붉은 방어·참치는 미각을 만족시킨다는 얘기다.
횟감은 자연산이 맛·영양 등 모든 면에서 양식산을 압도한다는 믿음도 진실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자연산은 식감, 양식산은 지방 함량에서 우위를 점한다. 드넓은 초지에 방목해 운동량이 많은 호주산 쇠고기가 상대적으로 질긴 반면 좁은 축사에 가둬 두고 사료를 먹여 키워서 운동량이 적은 국산 쇠고기의 맛이 더 풍부한 것과 같은 이치다.
자연산 생선의 식감이 양식산보다 늘 뛰어난 것은 아니다. 바다낚시로 건져 올린 생선을 그 자리에서 회를 쳐서 먹는다면 식감 하나만은 기막힐 것이다. 그물로 잡으면 식감이 이보다 떨어진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도중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갇혀 지낸 적이 없는 자연산을 횟집의 좁은 수조에 넣어두는 것도 엄청난 스트레스다. 대부분의 자연산이 수조에서 사나흘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이래서다. 사람의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듯이 스트레스에 시달린 생선은 식감이 퍼석해지는 등 상태가 나빠지게 마련이다. 반면 양식산은 부화 후 줄곧 좁은 공간에서 생활해 수조 안에서도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수조에선 사료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자체 지방을 소모, 육질이 약간 단단해기도 한다.
단백질·지방 등 영양도 별 차이가 없다. 양식 넙치의 경우 혈관건강에 이로운 DHA·EPA 등 오메가-3 지방 함량이 오히려 자연산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선이 살아있는 상태에선 색·크기 등 외관을 통해 자연·양식산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회로 접시에 오른 뒤엔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둘의 맛의 차이를 구별한다면 생선회에 관한 한 전문가·미식가 수준이다. 더욱이 마늘·풋고추 등 채소·초장과 함께 생선회를 즐긴다면 굳이 값비싼 자연산을 찾을 이유는 없다.
생선회는 냉장고에 보관하더라도 위생상 10시간 이내에 먹는 것이 원칙이다. 마트의 마감 시간 직전에 생선회를 대폭 할인 판매하는 것은 이래서다. '생선회 박사'인 조영제 교수가 단백질의 하루 적정 섭취량을 참고해 설정한 생선회 1인분의 양은 120g이다. 넙치 1㎏짜리를 회로 만들면 500g가량이 나온다. 네 사람이 즐기기에 적정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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